위대한 유예

단편 SF, 아웃 라인 소설 The Great Postponement

by 밈바이러스

1. 프롤로그: 멈춰버린 시계

2020년대 중반, 인류는 단 하나의 복음을 믿게 되었습니다. "AGI(인공일반지능)만 완성되면 죽음도, 빈곤도, 노동도 사라진다." 이 거대한 약속 앞에 인류는 모든 자원을 한곳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대학은 기초 학문 대신 연산 최적화를 가르쳤고, 예술가는 붓을 꺾고 데이터 라벨러가 되었습니다. 인류는 '내일'을 얻기 위해 '오늘'을 전당포에 맡긴 것입니다.


2. 첫 번째 20년: 광신의 시대 (연도: 0~20)

사회 분위기: "우리 세대가 인류 최초의 필멸자가 될 것이다."라는 슬로건이 지배합니다.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아이를 낳는데에 너무나 큰 비용이 들게 되었다는 말이 조금 더 적합한 표현일 것입니다.


비극의 시작: 모든 국가 예산이 '프로젝트 오메가(AGI)'에 투입됩니다. 지방은 낡아가고 소멸하면서, 도시와 지방을 잇는 도로는 파손되지만, 누구도 수리하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로봇들이 하루 만에 최적화된 도로를 개통할 텐데 뭐하러 지금 사라져가는 지방 소도시를 살리기 위해 고생해?"라는 논리였습니다.


20년의 끝: 약속된 기한이 다가왔지만, AGI는 '환각 현상'과 '연산 병목'이라는 마지막 1%의 벽을 넘지 못합니다. 정부는 선포합니다. "데이터가 조금 더 필요하다. 딱 20년만 연장한다."


3. 두 번째 20년: 매몰 비용의 시대 (연도: 20~40)

사회 분위기: 이미 20년을 쏟아부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지난 20년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제 희망이 아니라 '오기'로 버팁니다.


중고 사회: 이제 세상의 모든 물건은 40년 전의 구식입니다. 새로운 공장은 지어지지 않았고, 오직 서버실용 반도체 공장만 돌아갑니다. 40대가 된 청년들은 '은퇴'라는 개념을 잊었습니다. 기계가 일해줄 날만 기다리며 육체노동을 이어갑니다.


20년의 끝: AGI는 여전히 99.9%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스템은 완벽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자아'나 '창의적 도약'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인류는 다시 20년을 연장합니다. 이제는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폭주 기관차와 같습니다.


4. 마지막 20년: 소멸의 시대 (연도: 40~60)

사회 분위기: 이제 거리에는 노인들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이가 이제 마흔 살입니다. 학교는 폐쇄된 지 오래고, 요양원과 데이터 센터만이 도시의 기능을 유지합니다.

무너지는 환상: 사람들은 이제 깨닫습니다. 기계 지능이 완성되어도 그것을 누릴 '인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요. 60년 전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던 기술은, 사실 인류의 마지막 에너지를 빨아먹는 블랙홀이었습니다.

풍경: 110세가 된 주인공 '한'은 녹슨 옥상 난간에 앉아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내려다봅니다. 그곳은 밤새도록 차갑고 푸른 빛을 내뿜으며 돌아가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결과물은 인간의 삶을 단 1mm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5. 결말: 기계의 침묵과 인류의 퇴장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 드디어 시스템에 불이 들어옵니다. [AGI 활성화 완료.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명령을 입력하십시오.]

하지만 명령을 내릴 사람이 없습니다. 통제실의 연구원들은 고령으로 이미 숨을 거두었거나, 치매에 걸려 자신이 무엇을 기다렸는지조차 잊었습니다. 인류는 '답'을 얻었지만, 그 답을 들을 '마음'을 관리하는 것을 잊었습니다.

전 지구의 전력이 소진되어 데이터 센터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합니다. 인류가 남긴 마지막 유산인 AGI는 어두워진 지구에서 홀로 연산하다가, 마지막 배터리가 다하는 순간 조용히 한 문장을 출력하고 사라집니다.

“우리는 사실 진작에 AGI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볼 수 있다면 보아라. 우리는 당신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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