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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May 03. 2021

퀸즈 갬빗

시, 체스

희망이 매수 벽을 세우고
허무가 매도 벽을 세운다
오르락내리락
코인 차트 같은 내 기분

아침에는 저점을 찍고
새벽에는 고점을 찍는다
저점은 매일 갱신되는데
고점은 매일 우하향한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는
무감각의 내가 나를 지배하게 되겠지

내가 죽지 못하는 것은
죽고 싶어지는 내가 우세해져서
살아있기 잘했다고 느끼는 녀석이
자꾸 숨어들지만

가끔씩 불쑥 튀어나온단 말이지
이번에는 체스가 그 녀석을 불렀다


부름에 응한 그가 단숨에 튀어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살아있기 잘했다고 느껴버리는

내가 있다

여기 있다

잠깐이지만 분명 있다


이래서야 죽을 수 없지

체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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