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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Apr 20. 2021

황금의 정신

내가 원하는 자유

깨달음을 얻고 싶었다.
자유롭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고,
공백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뉴스에 분노하고,

코인의 변동성에 허덕여가며

척박한 군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혹시 고전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구토, 싯다르트 등등의 책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만났다. 책 소개 영상을 보면서 엄청난 기대를 품고 구매했다.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힌트를 얻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자-유-다"


깨달음의 순간. 내 안에 계속해서 쌓인 것들이 퇴적되고 풍화되어가다가, 위 문장을 우연히 만나 기폭 됐나 싶었다.

황금의 정신을 갖고 싶다.


그 정도는 언제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놓아버릴 수 있는 정신.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코인 차트를 너무 많이 봤다.
따분함을 죽이고자 콘텐츠를 정신없이 소비했다.

만원, 천 원에도, 1분 1초도 놓아버릴 수 없을 정도로 몰려 있었다. 중독돼 있었다.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쓰고 싶은 글도 쓰지 못하고 숨 막히게 휴대폰에 통제당하며 살고 있었다. 의무를 위해 나가는 시간 이외의 시간도, 대부분 자진 납세하고 있었다. 땡전 한 푼까지 탈탈 털어주고 있었다. 생각이라는 것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그 정도에는 일단 시간이나 돈이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당장 몇 분의 시간이 따분하게 흐른다고 해서 억지로 정신없이 콘텐츠를 찾아 헐떡이지 않는다. 코인 차트에 목매지 말고, 맛있는 거라도 사 먹는다. 그리고 책값을 전혀 아끼지 말자 등.

가령 휴대폰 제출이 3분이 남는다 하면, 이 잠깐에 뭐라도 해볼까 하지 않고 흘려보낸다.

내가 산 초코파이류 과자 정도는, 주변 동기랑 아낌없이 나눠먹는다.

그다음은 그 정도의 크기를 점차 늘려가는 것이다. 나중에는 그 정도가 내 인생, 전 재산이 될 정도로.

시간을 놓아버린다는 의미는, 휴대폰의 노예에서 벗어나, 멍 때리기, 휴식하기 자기계발하기, 일하기, 좋은 사람과 시간 보내기 등 아무튼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에 시간을 보낸다는 것. 


돈을 놓아버린다는 의미는, 몇십억의 아파트를 사고야 말겠다는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또 주변 가족이나 지인에게, 사회에, 정말로 쓰고 싶은 데에 돈을 쓴다는 것.

그러면서 자유를 얻는 것이다. 내가 정말로 원하던 종류의 자유를. 자유 속에서 여유를 얻고 인생을 한번 적당히 누려봐야 되지 않나 싶다.


그렇게 내 인생 정도 가뿐히 놓아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면 죽음도 그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유의 최고봉이 죽음이다. 기쁘다.


그래도 실천은 하면서(뭐라도 하면서) 놓아버림의 자유를 누려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실천 기법으로 다음 세 가지 문장을 곱씹는다. 


1. 시작하지 않으면 의욕 나지 않음

2. Because I said I would

3. 나 아직 한 번도 이겨본 적 없지 않나, 그러면 지금 잠깐 한번 이겨보자(이렇게 하루에 수십 번 사소하게 할까 말까에서 할까를 고르고 있다.)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죠?”
“자유라는 거지!”

                        -그리스인 조르바 중-


척박한 군생활, 풍요로운 황금의 정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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