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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Jun 09. 2021

파괴의 재발견

시, 군대

당신은 박살나본 적 있는가


오래돼서
굳어진 옛것들을
부수는데에는
이만한 장소와 체험이 없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너무 깊게 베이고

산산조각나고

가루 되었던 날


이 정도의 충격을 받아야

사람이 바뀌는 것인가

느꼈던 날


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죽고 싶어지는 것이 정점을 찍는

그런 날


그저 휴식이, 일시정지가

잠시 필요했을지도

몰랐던 날


아무런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시간 사이에

끼었던 날


그럼에도 시간은 가고

감정은 차분히 침전된

그제서야 깨우친다


굳어진 나의 파괴 이후에

새로운 나를 쌓아올릴 수 있었다

창조가 따라올 수 있었다


불합리를 매일 퍼먹고 나서야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처음으로 들었다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가 되어

새로운 것을 보고 겪고
새로운 시선, 세계관을 얻었다

그 정도로 지치진 않았지
그 정도로 버겁진 않지

라고 이제는 중얼거릴 수 있다


이제 이런저런 것들에 면역이 된 듯하다

정신적으로 성장한 기분이 든다

아득바득 이갈며 기다리는 광복절


자 이제 귀국하면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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