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박살나본 적 있는가
오래돼서
굳어진 옛것들을
부수는데에는
이만한 장소와 체험이 없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너무 깊게 베이고
산산조각나고
잿가루 되었던 날
이 정도의 충격을 받아야
사람이 바뀌는 것인가
느꼈던 날
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죽고 싶어지는 것이 정점을 찍는
그런 날
그저 휴식이, 일시정지가
잠시 필요했을지도
몰랐던 날
아무런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시간 사이에
끼었던 날
그럼에도 시간은 가고
감정은 차분히 침전된다
그제서야 깨우친다
굳어진 나의 파괴 이후에
새로운 나를 쌓아올릴 수 있었다
창조가 따라올 수 있었다
불합리를 매일 퍼먹고 나서야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처음으로 들었다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가 되어
새로운 것을 보고 겪고
새로운 시선, 세계관을 얻었다
그 정도로 지치진 않았지
그 정도로 버겁진 않지
라고 이제는 중얼거릴 수 있다
이제 이런저런 것들에 면역이 된 듯하다
정신적으로 성장한 기분이 든다
아득바득 이갈며 기다리는 광복절
자 이제 귀국하면 무엇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