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이야기
포춘쿠키
포춘쿠키를 반으로 뽀갰을 때 나오는 운세 종이처럼 내 두개골을 쪼개고 손을 뇌에 찔러 넣어 주물럭 뒤적이다 보면 종이 한 장이 나온다고 했을 때. 그리고 그 종이에 나의 운명과도 같은 내 인생의 테마가 한 단어로 적혀 있다고 했을 때.
내가 그 단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얼추 그 단어에 적힌 대로 살게 되도록 원초적으로 유전전자에 프로그래밍돼 있다고 했을 때. 만약에 그런 것이 실재한다면, 내 인생의 테마로 시시껄렁보다 더 적합한 단어는 존재하지 않겠지.
2021.03.13
210408
어쩌다가 너를 만나게 된 것일까. 너는 영특했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반듯했다. 나는 너를 차마 깨부술 수가 없었다. 너의 반듯함이 나의 범죄를 멈췄다.
210327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포착했다.
210403
시시껄렁한 데에 다채로운 이유가 필요한가. 그냥 단순히 모든 것이 무채색으로 보인다. 내가 핸드폰 이용을 줄이기 위해 핸드폰 디스플레이를 흑백으로 해두었듯이. 가상과 실제는 분명히 구별해두어야 한다는 것이 내 신조이기 때문에. 아무튼 내 주변의, 그리고 내 앞길의 모든 것들이 그저 무채색으로 보였다.
210404
그 와중에도 색깔 입은 사람들이 간혹 내 눈에 들어오는 거야. 내 뇌는 금세 흥미를 잃어 영원할 것 같았던 너의 색도 금세 벗겨져. 보통의 센서가 망가진 거지. 모든 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말도 있더라고.
20210409
관심이 가는, 끌리는 사람을 포착하고 알아가다가, 그 역시 별 볼일 없는 시시한 사람이라고 결론이 나면, 구워버렸다. 나는 사람의 뇌에 아주 관심이 많다. 사람의 뇌라는 게 여간 복잡하지 않은가. 나는 알 수 없어서 으깨버렸다. 그의 인생을 종결시키고 테마를 한 단어로 규정지었다. 어차피 내가 보기에 그들은 그 단어 이상의 인생을 살 수가 없어서, 오히려 객관적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열려 있을 때, 좌절하기 전에 안식을 선사한 것이니 구원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죽음은 안락한 것이다. 그들의 승화는 곧 나의 구원이다. 나의 존재에 의미가 부여된 것 아닌가. 서로 구원받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나와 너무나 닮은꼴이었다.
마치 내가 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너에게 끌렸었다.
너는 설정부터 비범치가 않았다.
너는 단언컨대 너무나도 특수한 존재였다.
이야기는 나의 또 하나의 가능성. 2021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