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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Apr 09. 2022

미래 판별식

단편 sf, 이야기

 민수는 게을러서 그렇지 수학만큼은 곧잘 했다. 그는 중학생 시절 이차방정식의 판별식과의 첫 만남에 깜짝 놀랐다. 결과를 직접 구하지 않고도 이 방정식이 실근을 갖는지 허근을 갖는지 아니면 중근을 갖는지 판별할 수가 있구나...


그는 항상 자신의 미래가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은 꿈이 있든 없든 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다하며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허나 자신은, 무엇인가 조금만 힘들거나 불편한 상황이 있으면 도망치기에 급급한 사내였다.


그는 자신의 인생 프로젝트로,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공식을, 판별식을 하나 정립해보고자 했다. 그는 미래가 너무나도 불안하고 그 불안함이 그의 숨통을 죄여 오는 나머지, 자신의 현재 조건을 판별식에 넣어 봤을 때, 가령 허근이 나온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죽는 편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 같았다.


그는 각종 논문을 참고해가며 자신의 이론을 정립해갔다. 또한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과 절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비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인생 데이터를 수치화해 빅데이터 툴로 다루었고, 이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프로그램에게 학습시켰다.


그 결과 프로그램이 꽤 복잡하지만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이는 미래 예측 판별식을 뱉어냈다. 사용자는 미래에 핵심적으로 관련되는 열 개의 파라미터 값만 각자 입력하면 됐다.


그는 각 매개변수에 자신의 나이 등을 비롯한 자신의 수치화된 정보를 기입했다. 프로그램이 그 결과를 실행하고 그 결괏값을 화면에 띄워주는 데에는 불과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지만 막상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해보니 어질어질했다. 민수는 베란다에서 야구 방망이를 챙겨 들고 분에 못 이겨 컴퓨터를 박살 낼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이윽고 그의 눈에 든 것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집이 없는 자들에게 집을 마련해주자고 서울 변두리에 지어 놓은 100층짜리 기분 나쁜 빌라. 사실상 양계장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사는 72층이면 확실하게 죽을 수 있었다.


 민수는 공기저항, 중력, 자신의 신체구조 등을 고려하면 몇 초만에 그가 땅에 닿아 어느 정도 충격량에 그의 전신이 파열할지 잠깐이면 계산할 수 있었다. '겁이 많은 라면 지면에 닿기도 전에 심장마비가 찾아오겠는데' 그는 생각했다.


민수의 마지막 계산은 정확했다. 그는 역시 수학에 소질이 있었다. 이 이야기의 서술자로 사족을 첨언하자면, 그 판별식의 인풋 값에 민수가 그 프로그램을 완성했다는 사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또, 민수가 입력한 매개변수 값에는 민수가 그 판별식을 착수하기 전의 값이 들어갔고 민수는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보였던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 


애초에 숫자 몇개로 미래가 결정난다니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민수의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서의 가능성과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다만, 민수는 이제 더는 세상에 없다



그 누구라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괴팍한 글을 싸내는 것이 전부인 나에게도 부디 그렇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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