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참 희망적이었다. 작게 벌인 사업이 의외로 호황이었고, 비록 작은 전세 빌라였어도 아내와 철부지 아들과 셋이 단란하게 매일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었으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업이 순조로웠고 절호조가 찾아왔을 무렵, 집을 살지 사업을 확장할지 고민 끝에 나는 사업 확장을 결정했고 그로부터 고작 몇 년 후 코로나 경기 불황에 사업은 꿀떡 삼켜져 버렸다.
엉엉 울고 싶었다. 그때 집을 샀더라면. 집만 사놓고 가만히만 있었어도 몇 배의 수익을 실현했을 터인데. 그렇게 몸 고생 마음 고생해가면서 가진 모든 것을 말아먹어 버렸다.
나는 그래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인력 사무소로 출근했다. 그러다가 허리디스크가 도져 앓아누울 수밖에 없었다.
눈앞이 깜깜했다. 세상이 온통 잿빛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복권을 샀다. 만원 어치.
내 생에 첫 복권이었다. 다만 확률은 모두에게 공평했고, 이변은 없었다. 다음 주, 나는 잔뜩 취해 아들 방에 들어가 공부하고 있던 아이의 손에 복권을 쥐여줬다. “사놓고 까먹고 있던 건데 네이버에 들어가서 숫자 비교해볼래?”
비틀거리며 나는 안방 침대에 누웠고 바로 몇 분 뒤 아들이 흥분해서 쿵쾅거리며 안방 문을 열었다.
“아빠!! 1등인 것 같은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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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아들이 방학이기도 했고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이는 차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이가 고른 멋스러운 스포츠카도 렌트했다. 아이는 오랜만의 가족 여행에 한껏 격양돼 있었다.
어렸을 적 엄마한테 혼날까 봐 성적표를 위조해 본 적은 있어도, 살다 살다 아들에게 보여줄 복권을 위조할 날이 올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나는 미리 물색해둔 코스에서 풀 액셀을 밟았다. 풍덩.
미안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