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날 읽어도 인생 안 변하던데?
넌 왜 책만 읽니
수험생이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배움을 통해 성취하고, ‘좀 더 나은 나’가 되고 싶은 욕구를 품고 산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그 책들이 내 삶을 얼마나 바꿨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책을 읽고 나서 덮어버리고, 끝이었다. 책을 음미하지 않았고 곱씹지 않았다. 자기 계발 책을 읽었으면 책에서 아이디어를 뽑아내어 자신의 실생활에 적용해볼 만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고, 정보를 주는 책을 읽었다면 핵심 정보를 정리하여 나중에 대화하거나 글을 쓸 때 활용할 수가 있다. 문학책을 읽었다면 그 감상을 남겨, 그 감동과 서사, 상상력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책에는 자기 암시 효과가 있다.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인간 행동 조정에 관여하는 소프트웨어가 새로이 깔려서 인생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책을 읽기만 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는 것은
압축된 형태의 파일을 다운로드하기만 하고, 저장공간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책을 해치운 뒤에도 시간을 들여 압축을 해제하는 등의 소프트웨어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책으로 인생에 변화를 주고자 하면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자신만의 삶에 적용해야 한다. 이 과정은 기계어로 되어 있는 정보를 컴파일해서 남이 아닌 ‘자신’에게 쓸모 있게 만드는 과정과 같다. 물론 압축을 해제한다거나, 자신의 언어로 컴파일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책을 읽었다면 얻었을 특정 정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같은 정보 중독자에게는 멈춤의 미학, 천천히의 미학이 필요한 시대다. 정보는 무엇보다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 하므로, 정보는 양보다 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