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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용규 Jul 02. 2020

누가 진짜 바보 일까요?#1

배웠으면 써먹어라-학용력

강의장에서 만난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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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요, 병원 의사입니다. 잘 난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교 1등만 했습니다. 제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근데요, 지금은 별로 행복하지가 않아요. 그렇게 키운 아들 녀석이 다정하지 못합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뒤돌아보니, 어리숙하고 바보 같았지만 따듯한 말 한마디 할 줄 아는 작은아들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쓸 때 없이 바보 같은 얘기만 제가 늘어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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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어머니 눈에는 작은 아들이 ‘바보’ 같았습니다. 나이 들어 다시 보니 진짜 바보는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바보가 아닙니다. 내공이 묻어나는 자기성찰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옛말에 어른들 말씀은 틀린 게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말씀에는 바보 구별법이 있었네요.




자칭 바보임을 선언한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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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바보임을 선언한 사람이 있습니다. (故) 김수환 추기경입니다. 그는 생전에 바보 자화상을 벽에다 걸어두었습니다. 자신의 자화상처럼 바보같이 살다 갔습니다.‘바보의 나눔’재단 총장인 우창원 신부는‘바보 김수환 추기경’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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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김수환 추기경)의 삶은 세속적인 삶에서 1등은 아닐 것입니다. 부와 명예, 권력 등 세속적 가치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세상에서 바보는 손가락질 받겠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누고 베푸는 바보의 삶은 가장 거룩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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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바보라 선언한 사람 중에 가장 존경받는 분입니다. 



'안녕하세요?' 만 배워서 졸업하랍니다.




큰아이 고등학교 입학식 날, 교장선생님의 축사입니다. 

“신입생 여러분. 입학을 축하합니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가지만 배우고 가세요. 누구를 만나든지 먼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세요. 저는 여러분이 이것 하나만 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문은 ‘안녕하세요?’ 랍니다. 비싼 학비 내며 학교에서 배울게 ‘안녕하세요?’ 라니 바보 같은 얘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껏 들었던 여느 축사 중 가장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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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섭공이라는 제후(諸侯)가 있었습니다. 공자가 성에 들렀다는 소식을 듣고 버선발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공자에게 지혜를 구했습니다.

“백성들이 도망가고 남은 자가 없습니다. 성주로서 근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자가 섭공에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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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하면 멀리서도 사람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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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쿠르트(2020.1.9)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1831명 중 첫 직장에서 87.6%가 퇴사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대인관계 스트레스였습니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나는 자연인이다’ 에 출연한 상당수 출연자들이 대인관계 스트레스로 인해 산속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사회성이 부족하면 좋은 회사에 입사했더라도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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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뻔하고 모두가 아는 얘기들입니다. 학창 시절 선생님께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 이냐고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착하게 살면 된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다른 얘기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이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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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9점입니다. OECD 36개국 중에서는 27위에 머물렀습니다. 청렴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바보 국가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0%에 육박합니다. 고교 졸업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대학을 갑니다. 미국 30%, 프랑스 40%, 영국 30%, 일본 48% 독일 36% 등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학력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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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자가 넘쳐나는 나라에서 부패지수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교에서 선생님은 ‘사회에 나가서 나쁜 짓하며 살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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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학의 창시자 왕양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알면서 행하지 않았다면 아직 제대로 안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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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다시 해야 할까요? 진짜 바보가 너무 많습니다.




글 : 배주남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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