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여행기 2
11월 말부터 12월초까지 시드니를 다녀왔다.
2025년에는 역마살이 꼈는지
이곳저곳 다닐 기회가 많이 오기도 했고
많이 만들기도 해서 비행기를 참 많이 탔다.
브론테 비치는 최근 총격사건이 일어났던 본다이 비치에서
해안가 트레일을 따라 걷다보면 나오는 곳이다.
처음엔 본다이에서 해수욕을 할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가
너무 땡볕이라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브론테 비치도 땡볕은 마찬가지
볕을 피할 길은 없어보였다.
그 다음 날에는 출국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수욕을 한번 더 하자는 결심이었다.
우리는 피시앤칩스와 아이스커피로 배를 채우고
비치타울을 폈다.
물이 많이 찼다.
시드니의 바다는 하와이나 여름제주,
오키나와 같은 따뜻한 바다가 아니라
찡하게 차가운 태평양 바다다.
전전날 갔던 맨리비치도 비슷했다.
그나마 해가 있으니 말리면 그만
큰 해변의 파도는 너무 세보여서
옆의 작은 자연풀장 같이 형성된 암초로 가서 스노클을 했다.
들어갔다 나오기를 수십번을 반복
얕은 물이라 물고기들이 너무 잘보인다.
물이 깨끗한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알록달록 복어부터, 이름모를 열대어, 1m 블루그루퍼까지 그 얕은 물속에 가득가득..
누군가 한참을 구경하다 지루해졌는지
큰 파도로 가보자고 제안했다.
바닷물이 정말 목 끝까지 온다.
파도 안이 회오리 같이 말리면서 둘다 바닥으로 끌고간다.
균형을 잡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저 멀리 큰놈이 온다.
주변의 호주사람들도 움찔.
크다. 진짜 크다.
손은 놓치고, 나는 파도속에 내동댕이.
그래도 벌떡 일어서니 네가 보이지 않는다.
진짜 안보인다.
그러다 3m쯤 떨어진 곳에서 처량하게 널브러진 채 등장한다.
둘 다 무서웠으면서도 정신을 퍼뜩 차리니 또 막 웃는다.
뭐가 그렇게 항상 웃기다.
사실 좀만 더 잘못 끌려갔어도 저 멀리 밀렸을텐데.
그래도 재밌다고 배잡고 웃다가,
현실을 직시하고
몸을 말리러간다.
춥다. 진짜 해가 저 위에 있는데 물이 차서 춥다.
충분히 몸을 말리고(데우고?),
공용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가방을 꾸리고, 옷을 갈아입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신나게 먹고
히죽히죽거리면서 또 다른 곳으로 걸어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