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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ooBoo Jul 10. 2023

공부를 왜 하는지 고민해 본 적 있나요

나는 공부라는 행위를 왜 하고 있는 걸까?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것을 공부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공부라는 것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볼 내용입니다. 만약에 공부라는 행위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가


그대는 지금까지 평생을 시험공부만 해왔다. 공부에 진절머리 난다고는 하지만, 내심 공부(실은 시험 보기)하는 것이 제일 편해져 버린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P. 56


지금 당장 '공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공부라는 것은 시험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오르게 하는 단어가 아닐까. 우리 대부분은 그런 사회에서 교육받으면서 커왔으니 너무나 당연한 생각의 메커니즘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에 이어 사실상 한국인에겐 의무교육과 마찬가지인 4년 이상의 대학교 과정까지 마친 우리들은 거의 16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미 정해진 적당한 범위를 학습하고 시험을 친 후 평가받는 프로세스를 거쳐왔다. 공부의 목적은 시험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학교라는 문을 넘어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도 시험의 결과가 필요했다. 학교에서 얻은 시험의 결과인 성적으로는 부족하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시험들을 하나씩 통과해야 한다. 자격증, 수료증, 점수가 기재된 기록증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지고 나면 그제야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하려고 했던 취업이라는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성공적으로 취업의 관문을 통과했다면 일단 축하한다. 그 이유가 지금까지 준비했던 시험의 결과에 의해서든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원했던 직장에 입사하게 된 것은 좋은 일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회인이 되고 나서 몇 년이 지나면 사람들은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꽤나 확실히 구분될 정도로 나뉜다. 이때의 공부는 장담컨대 과거 교육과정에서 해왔던 공부(라는 행위)와 많이 다르다. 나는 그 이유를 '내가 공부의 목적을 스스로 정했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pixabay.com


공부의 목적을 남이 정해 준 사람은 자신만의 목표가 없더라


적당한 범위를 학습하고 시험을 친 후 평가받는 프로세스를 거치는 대부분의 공부는 다른 사람이 정해준 기준에 맞춰 살아가기 위한 것으로 그 공부의 목적은 당연히 남이 정해준다. 여전히 셀 수도 없이 계속 생겨나는 이제는 뭔지도 모를 이름들의 '스펙'이란 것이 생겨나고 있는 이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조건들을 하나씩 수집하고 채워나가고 있다. 


"좋은 학교에 입학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냐"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려면 할 수밖에 없어"

"특정 직업을 가지려면 당연히 자격을 취해야 하는 거야"


위와 같이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맞다. 그런데 나는 이런 분들께는 박수를 쳐주고 싶고 나도 오히려 배우고 싶다. 이 분들은 이미 원하는 학교, 원하는 회사 그리고 원하는 직군을 정하신 분들이고 그것을 위해 마땅한 자격을 준비하려고 공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공부의 목적을 이미 본인이 정한 사람들이다. 충분히 멋있지 않은가.


그런데 똑같은 말임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추가로 몇 가지 질문만 해보면 알 수 있다. 


"어떤 학교에 가려고 공부하는 거야?"

"어떤 분야의 회사로 가려고 공부하는 거야?"

"무슨 직군의 일을 하려고 공부하는 거야?"


다른 사람이 정해준 공부의 목적을 취한 사람들은 이 질문들에 대답을 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을뿐더러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함일 수도 있다. 화를 내지 않으면 다행이다. 설사 생각해 본 적이 없더라도 이 질문을 받았을 때 호기심을 가지고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는 단계에 온다면 그 또한 정말 좋은 일이다. 그렇게 그들은 인적이 드문 공간에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타인의 목적을 향해 공부라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끈질기게 취업의 관문을 두드리는 것도, 공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너무 어렵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이 남의 얘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젊음의 모든 문제를 시험 준비로 환원시켜 버리고 나면, 그 아픔을 잠시 유예할 수 있다.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P. 56


pixabay.com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잠시 멈추고 공부의 목적과 목표를 생각해 보자 


나는 왜 공부를 하고 있던 걸까?


서른이 넘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나의 사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는 이과를 나왔지만 모의고사만 보고 나면 문과인 친구들에게 달려가서 깨끗한 경제 과목 시험지 남는 게 있다면 꼭 구해달라고 해서 야자시간에 혼자 풀어보곤 했다. 그때의 딴짓 덕분에(?) 이과로서는 최상위권의 학생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변명이다. 공대에 입학했지만 항상 경제와의 끈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때마다 한 권 한 권의 책을 읽어 가면서 그 끄나풀을 끝까지 잡고 있었다. 20대 전체를 공대생으로 보내고 지금도 IT 직군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에 경제라는 것에 대한 깊은 공부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깊어만 갔다.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공부 방법은 책 읽기였다. 특히 지난 2~3년 동안은 꽤 많은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고 자부한다. 권 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100권은 족히 되지 않을까. 정확히 말하면 넓은 범위의 경제이고 자세히 들어가면 투자에 가까운 부류의 책들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시점상 50권 정도를 읽었을 때부터 책을 더 읽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책으로 공부한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고 결국 나는 10년을 다녔던 대학교라는 교육기관에 다시 입학했다. 이번엔 경제학과였다.


이제 두 학기가 남았다. 지금에 와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상당히 복합적이라 글로 작성하기 힘들지만 무슨 이유에서건 나 역시 지금의 이 공부를 통해서 어떤 목표를 이루려고 했던 것인지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지금 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걸까. 호기심이 있고 그냥 재미있어 보이니까 시작했는데... 


학위가 필요했나? 딱히 그건 아닌데 지금까지 근본 없이 이 책 저 책으로 공부하다 보니 정리도 안 되는 것 같고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그런데 굳이 학교여야 했나? 솔직히 다른 대안은 찾지 못했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함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경제학을 공부한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최소한 가난해지지 않는 방법은 아는 것 같다.


이런 질문들로부터 시작해서 지금도 나는 나와 대화하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잘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읽어 온 수많은 책들을 읽고 판단하건대 틀린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공부를 지속할 힘이 떨어지면 항상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이것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pixabay.com


목표가 없으면 멈춰야 하나


잠시 멈춰서 생각할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런데 너무 오래 멈추지는 말자. 지금 하고 있는 공부 외에 딱히 대안이 없다면 일단은 밀고 나가는 것도 좋아 보인다. 목표를 정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자주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서 말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뭐라도 하고 있는 것이 무조건 낫다고 생각한다.


어느 책에서는 목표가 없이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기간을 정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로 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찾지 못하거나 그 목표로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스스로 판정하기까지 1년의 시간을 줄게. 이 기간 내에 목표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깔끔하게 다른 방법을 찾는 거야.


포기할 수 없이 버티는 기약 없는 N 수 고시생이나 수년간 취업 준비라는 과정 자체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는 구직자, 직업의 사회적 명성만 보고 맞지 않는 공부를 하면서 진로를 찾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적응하지 못한 업무를 맡고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이직도, 직무전환도 하지 못한 채 버티는 사회인들처럼 뭔지 모를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나만의 목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 이들의 삶이 잘못되었다거나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들은 분명히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나는 목표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도 공부라고 표현하기로 했다.

오늘도 계속 공부를 한다.


작성일 : 2023년 7월 0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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