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의 역사가 살아있는 인디언 마을에서의 레지던시
미국 여성 작가 조지아 오키프를 아시나요? 한국의 천경자 작가 같은 상징적인 존재인 오키프는 시카고 예술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의 남서부 뉴멕시코에서 생활하며 작업을 했어요, 당시 여성의 활동이 많지 않던 시기였다고 해요, 오키프는 처음에는 남편의 뮤즈로 (남편이 유명 사진가임) 생활하다가 점차 본인 작업을 많이 하기 시작했고 아주 유명해진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품 활동, 말년 모두 뉴멕시코에서 보냈어요. 그녀의 작품이 왜!! 그런 느낌과 그런 소재인지 뉴멕시코에 가보시면 알 거예요!
Helene Wuritzer Foundation 헬렌 율리처 재단의 레지던시는 시각, 음악, 산문 세 종류로 뽑아요! 그리고 미국 내에서 처음 문을 열은 레지던시라서 더더욱 상징적인 의미가 있답니다. 추천인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고 저는 저의 스승님인 토니 할아버지의 추천으로 지원을 했어요! 처음 추천도 해주셨고, 추천서도 써주시면서 "조지아 오키프 같은 여류 작가가 되거라!!!" 라며 꼭 가보길 권유하셨답니다. 그렇게 지원을 하고! 합격을 해서! 가게 되었어요
지원
1-2년 전에 지원해야 합니다. 한 번에 10명 정도 받고 시각예술인의 자리는 3자리로 기억해요. 종목 별로 3-4명씩 모집합니다. 3개월씩 지내게 됩니다. 단 여름은 10주간 진행됩니다. 반드시 추천서가 필요하고, 매년 다음 연도와 2년 뒤정도 스케줄을 뽑기 때문에 미리미리 확인하시고 지원하셔야 합니다. 결과는 이메일과 우편 두 개다 받게 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확정됩니다.
여정
타오스는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해요. 진심으로 산 넘고 물 건너가야 하는 그런 거리입니다. 한국에서 일단 샌프란 시스코로 넘어가요! (타오스행 직항은 없어요, LA나 SF에서 갈아타셔야 합니다) 미국 국내선을 통해 "뉴멕시코 앨버커키"로 가시게 됩니다. 타오스에는 공항이 없답니다! 앨버커키는 주도이고, 열기구 축제가 세계에서 제일 크게 열리는 아주 유명한 동네라고 합니다. 앨버커키에 도착하면! 이제 리무진 셔틀을 타고 타오스로 갑니다 (대략 3시간 걸림) 이렇게 멀고도 험난하게 도착을 하면! 디렉터가 맞아줍니다! 디렉터는 아버지도 디렉터였고, 아버지 은퇴 후 아들이 이어서 하고 있어요 (재단과 관련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지역 특색
미국 대다수의 레지던시들이 시골에 있긴 하지만, 헬렌 율리처 재단의 레지던시는 정말 정말 많이 특별해요! 그 이유는 바로 세계 문화유산 유네스코 지정 지역인 타오스에 있기 때문입니다. 타오스는 "인디언" 마을이에요. 한마디로 이곳에서 작업하고 지내는 것은 대한민국 민속촌에서 생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타오스는 사막이에요 다만 고산지대 사막이라서 초반에 지대가 높아서 숨이 차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고산병이 오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제 옆집 작가님은 연세가 좀 있는 어르신이셨는데 고산병으로 고생하시다가 중도하차하셨습니다. 저는 초반에 도착해서 코피를 자주 쏟았는데 피곤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고산병이었다고 합니다. 서울은 지대가 높지 않아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고산지대를 살아보니 생각보다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적응할 때까지 엄청 피곤하고 힘들더라고요 그러나 서서히 적응하게 됩니다
인디언 마을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곳은 유네스코 지정 지역이에요. 인디언 마을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말 인디언이 많이 있어요! 실제로 인디언들이 사는 동네도 따로 있고 인디언들이 살던 유적지 같은 곳도 존재하고 그곳에 인디언 학교도 있어요! 탐방 가능합니다! 다만 저는 여름에 갔는데 여기가 사막이라서 정말 오븐에 구워지듯 사람이 탈 수 있습니다. 타오스는 인디언 마을로도 유명하지만 스키로도 유명하다고 해요 그래서 겨울에 스키 타러 오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더불어 고산지대에 산이 예뻐서 하이킹하는 분들도 엄청 많아요. 저도 친구가 놀러 와서 하이킹 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내려왔어요
숙소
이 재단의 가장 매력 포인트는 숙소가 아닐까 싶어요. 숙소는 Casita라고 부르고 번호가 있어요 10번까지 있고, 저는 1번을 받았었어요 (제일 안쪽이었음 ㅠㅠ) 이 숙소의 매력 터지는 점은 바로!! 인디언 전통가옥 "어도비"입니다 진흙으로 만들어진 집이에요. 한여름이지만 에어컨이 없어요 ^-^, 전기도 종종 끊깁니다 더불어 인터넷은 당연히 없어요!! 이 지역 자체가 유네스코 지정이라서 개발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2층 이상의 높이 건물이 없습니다! 대다수가 어도비로 되어있어요 진흙집! 한국으로 치면 초가집 정도 될까요? 신기하게도 이 어도비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요. 그래서 에어컨 없어도 엄청 시원하게 지낼 수 있어요. 숙소는 1인 1 어도비입니다. 작가의 종목에 따라서 집 배정이 달라져요, 저는 시각 예술인이라서 작업실이 딸려있었고, 작곡가에겐 피아노가 있는 방이 있고, 글 쓰는 분은 서재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도착 첫날밤에 하수구가 갑자기 혼자서 역류해서 디렉터가 뛰어오고 난리가 났었어요. 더불어 앞에 테라스가 있어서 의자 놓고 바람도 맞고 멍 때리기 너무 좋답니다.
이곳은 전통 마을답게 레지던시 내에서 인터넷이 안 돼요. 정확하게는 공용 집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만 됩니다. 그 공용하우스는 빨래를 할 수 있고, tv가 있고! 인터넷이 되는 유일한 장소예요. 저는 매일 거기 가서 드라마 다운받아왔습니다. 동네 특성상 전기가 자주 끊겨요 (예고하고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끊겨요) 그래서 가끔 아침에 나가보면 냉동실 아이스크림이 다 흘려내려와 있고 그런답니다. 이곳에서 제대로 디지털 디톡스를 했습니다!! 혼자 살기에 충분한 크기의 집이고, 작업실도 있고 부엌에 살림살이가 많아서 음식도 충분히 해 먹을 수 있습니다.
숙소 겸 작업실은 작가별로 띄엄띄엄 존재하고요 5개씩 2줄입니다. 저는 1번 가장 안쪽집이라서 제일 많이 걸어 다녔어요 (저 혼자만 당시 아시아인이라서.. 제가 제일 짧은 다리를 가졌는데 말이죠)
(폭우가 쏟아질 때 이곳에 앉아있으면 배병우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는 기분이에요 나무와 함께 엄청난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다행히도 casita 마다 테라스에 자전거가 있어서 이 넓은 동네를 다닐 때는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어요. 매일 저녁에 저는 작업 중간에 나와서 해질 때쯤 자전거를 신나게 탔는데 너무 좋았어요
환영 식사
모든 작가가 도착하면 다음날에 환영 식사가 사무동에서 열려요. 재단의 사무동은 비공개에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근데 가면 진짜 신기한 작품과 골동품들이 많아요. 디렉터가 사진 찍는 것까지는 허가해 줬는데 배포는 안된다고 합니다 ㅠ-ㅠ 아쉬운 대로 환영식사가 있는 곳의 외부 사진만 올리겠습니다.
사무동 안에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어서 레지던시 참여했던 작가들이 타오스 올일 있으면 무료로 재워준다고 해요! 그래서 저도 떠날 때 디렉터가 올 일 있으면 미리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관광 포인트!
근처 걸어가면 아주 큰 대형 마트가 있어요! 그래서 식재료는 얼마든지 사 올 수 있습니다.
타오스는 관광지역이에요 그리고 뉴멕시코라는 이름답게 멕시칸 요리가 아주 유명합니다. 놀러 왔던 친구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퀘사디아를 먹어봤다고 해요! (저는 10주를 먹었더니... 3년간 멕시칸 음식을 끊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다른 음식 메뉴는 찾기 어려워요. 관광지답게 어딜 가도 뉴멕시코스러움만 존재합니다.
타오스 푸에블로는 타오스에서 반드시 가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은 천년 넘게 존재했다고 하고요. 인디언들이 진짜 지내고 있어요. 인디언의 수가 많이 줄어서 200명남짓이라고 하고 이들이 가장 보수적인 인디언이라고 합니다 (푸에블로 부족). 인디언들은 사진을 찍으면 자신의 영혼이 날아간다고 믿어서 사진을 안 찍어주는데 요즘은 하도 현대화돼서 괜찮다고 해요. 그러나 꼭 물어보고 찍어야 한답니다. 제가 갔을 땐 인디언 학교가 있어서 아이들이 그들의 것을 배우고 있었어요
운동이 가능한 곳이 있어요 저는 어느 지역을 가던 운동이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미국에서 살 때 그들이 매일 운동하는 것을 보고 저도 따라 하다 보니 습관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어느 지역을 가던 운동을 반드시 해요! 이곳은 큰 요가원이 두 곳 있어요. 헬스장은 못 찾았습니다!
고산지대다 보니 겨울에는 스키가 유명하고 여름에는 하이킹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저는 어차피 내려올 산 안 올라가자 주의인데, 놀러 온 친구 성화에 못 이겨서 하이킹 갔어요. 정말 산이 깊고 나무가 많아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은 바로 느낄 수 있어요
옆 동네 관광포인트!
관광 얘기만 하니 어쩐지 제가 놀러만 간 것 같네요! 이 레지던시의 계약조건이 없었어요! 와서 10주간 본인 필요한 시간만 보내면 되었습니다. 더불어 타오스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관심은 높지만 굳이 여행을 가진 않는다고 해요 ㅎㅎ 그래서 제 친구들이 제가 있을 때 놀러 와서 3팀을 받았어요! 그들과 함께했던 근처 동네 얘기해볼게요. "산타페" 2시간 안되게 운전해서 가면 됩니다! 조지아 오키프가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작품을 활동했던, 조지아 오키프가 사랑하는, 동네 산타페에는 그녀의 미술관이 있어요.
오키프 미술관 근처에 유명한 성당이 하나 있는데요! 이 성당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계단이랍니다.
나선형의 계단이 지지대가 없이도 존재한다는 것에서! 유명해졌다고 해요
산타페의 유명한 것 중 하나가 Meow Wolf라는 복합 공간입니다. 체험형 미술관 같은 느낌으로 보시면 됩니다
자유로운 작업
대부분의 레지던시에서 작가들이 해야 할 일들이 존재합니다. 강연, 작업실 공개, 전시 등등인데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와서 자신의 시간을 알차게 쓰기만을 바란다고 해요. 작가들이 종목별로 3-4명씩 존재하고 숙소가 서로 거리가 있어서 친하게 지내기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갖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삼삼오오 모이기도 해요! 저는 오지랖에 대문자 E라서 ㅎㅎ 어디든 가서 좀 모이는 편이랍니다.
작가들끼리 레지던시 종료 전에 다 함께 모여서 밥을 먹기로 해서 저는 불고리를 해주고 왔어요
공용하우스에서 저희는 주말에 영화도 보고, 당시에 월드컵 기간이라서 월드컵도 봤어요 저희 스크린 없어서 누군가의 침대보 하나 빼서 벽에 걸고 빔 쏴서 봤답니다!! 이런 게 레지던시의 맛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당시에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고 지역, 민족별 전통문양 그리고 그 문양의 변화에 대해 관심 갖고 작업을 할 때여서 이곳에서 인디언들의 역사와, 문양에 대한 리서치를 많이 했었어요
제가 갔던 여러 레지던시 중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은 단연 헬렌 율리처 재단 레지던시입니다. 가는 것부터가 험난해서 너무 멀고 힘들었지만 정말 그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가지고 왔어요. 제가 언제 인디언 마을에서 1000년의 역사를 느끼며 살아보겠어요. 처음 가방 두 개 들고 산 넘고 물 건너갈 때는 스승님이 왜 나를 여기에 보낸 것인지 구시렁거리며 갔는데. 와서 10주를 자연 속에서 지내고, 디지털을 끊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1000년의 역사를 유지하고 지키는 푸에블로 인디언족들을 보면서 떠날 때쯤 왜 스승님이 저를 이곳에 보냈는지 알 것 같았어요. 조지아 오키프가 왜 이곳을 사랑하고 작업을 끊임없이 쏟아낼 수 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어요.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현재 생활에서 모든 것을 단절하고 수도승처럼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자연 속에 살면서 휴대폰 화면이 아닌 나무를, 사막을, 산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만으로 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레지던시는 몰라도 이곳은 정말 강력하게 추천드려요. 세상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1000년의 인디언 마을에서의 생활! 제 인생책에서 굵은 글씨의 한 목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https://wurlitzerfoundation.org/
중요한 추신!
이곳에는 생각보다 동물이 많이 다닙니다... 귀여운 오리, 예쁜 사슴 이런 동물 말고.. 곰이 다녀서 밤에는 다니시지 않는 것을 추천하며 (저는 못 봤는데 옆집 작가는 나무가 너무 흔들려서 나가봤더니 곰이 흔들고 있었다고 해요) 제 숙소 앞에는 땅굴이 하나 파지더니 스컹크 가족이 지냈었어요. 스컹크 가족 보고서는 제가 그분들 심기 거스르지 않으려고 얼마나 낮추고 살았는지 몰라요! (스컹크 냄새는 지독합니다, 실제로 죽은 스컹크 밟고 지나가면 자동차 바퀴 버려야 해요 ㅠㅠ) 다행히도 제가 지내는 동안 방귀 살포 안 한 스컹크!!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