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IR art at FIAP Paris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의 한 달

by 장돌뱅이

장돌뱅이가 개인적으로 좀 많이 힘든 시간이 19년도 하반기입니다. 개인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고 그 당시엔 정말 투명인간이고 싶었어요. 유령처럼 살았는데 그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터지기 직전에 무슨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프랑스에 리서치 레지던시를 지원했었고 한창 힘들던 10월쯤 레지던시 합격 결과를 받았어요. 갈까 말까 고민이란 것도 없이 그냥 사라지고 싶은 마음에 가겠다고 했고 1월에 비행기를 탔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편은 재미없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이때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사진도 많이 못 남겼어요. 그렇지만 이런 레지던시가 있는 것을 소개하고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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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프랑스를 찾은 것은 13년도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그랑팔레에서의 전시를 위해 가봤었어요. 저는 프랑스가 마냥 화려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화려한 것도 맞고, 역사적으로도 볼 것도 많은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맛있는 게 많다는 게 가장 중요한 사실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레지던시는 제가 많은 것을 얻어간 레지던시는 아니에요. 그리고 이 레지던시는 리서치 기반이라서 작업을 그다지 할 게 없었어요. 애초에 계약자체가 작업할 것을 많이 가져오라는 얘길 하지 않았고. 작은 소품 한 두 개 정도의 작업을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레지던시 소개

리서치 기반의 레지던시로 지원서류 작성할 때 내가 무엇을 중점적으로 리서치할 것인가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리서치를 통해서 샘플정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이곳은 개별 작업실이 제공되지 않아요. 작업실보다는 공용 작업실 하나가 제공되는데 대다수가 이곳에서 글을 쓰거나 리서치를 합니다. 아니면 작은 샘플 작업정도 하고요. 저는 이곳에서 작은 샘플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숙소

숙소는... 고등학생 수련회 때 사용하는 숙소정도의 느낌입니다. 13 구역에 위치하는데 프랑스에서 오래 거주한 지인 말씀으로는 이 구역에 갈 일이 잘 없기도 하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저로 인해 처음 알았다고 하셔요. 그러다 보니 관광객은 아예 볼일 없는 곳일듯합니다. 숙소는 2인 1실인데 저는 운이 좋아서 혼자 사용하게 되었어요. 숙소에 보시는 것처럼 침대 두 개가 있고 침대 반대편에는 공용 책상 한 개, 그리고 화장실이 있습니다. 수건이나 침구류는 주 1회 갈아주고 청소해 줍니다. 빨래는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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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보통의 레지던시들이 작가들이 알아서 작업하는 반면 이곳은 빡빡한 일정으로 꽉 찬 레지던시입니다. 도착해서 모이면 일단 이런 일정표를 나눠주는데 매일 무엇인가 일정이 있습니다. 학생시절 수련회 혹은 수학여행 아니면 field trip을 매일 하는 기분이에요. 모든 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참석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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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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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모이는데 식사와 이야기 그리고 술이 빠질 순 없겠죠. 처음 만난 날 모두 함께 환영 식사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정말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모여있어요 저와 중국인 1명이 동양인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대다수가 유럽사람들입니다. 리서치 기반이다 보니 젊은 작가들이 많았어요. 자신이 새로 시작할 작업에 대해 공부가 필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도자기로 작업을 하려고 하고 있었어요. 저는 도자과 출신은 아닌데 도자과 친구들이 많다 보니 이래저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있고. 여러 국가와 문화의 문양이 도자기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그것들이 시대를 거치며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찾아보고 있었어요. 이 작업의 근간이 시작된 것은 버몬트 첫 레지던시인데요. 미국 동부 끝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는 동네, 버몬트 존슨에서 신기하게도 저는 고려청자 모양의 미니어처 도자기를 숙소에서 봤어요. 누가 봐도 한국 고려청자모양이었고, 색도 그랬어요. 그것을 보며 진짜 고려청자는 이곳에 왔을 리는 없고, 한국인인 역대 참여자가 기념으로 두고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비행기에 기차 자동차 배까지 세상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며칠이면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돈과 시간만 있다면 원하는 곳 대부분을 갈 수 있죠. 더불어 꼭 그 해당 장소와 문화에 가보지 않고도 컴퓨터로도 얼마든지 문화와 역사를 익힐 수 있습니다. 꼭 영미권을 가보지 않아도 영어를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배우듯이요. 당시의 제 작업은 그런 생각에서 근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도자기를 보고 문화와 역사를 파악합니다. 빗살무늬의 토기를 보며 어느시대였겠구나, 특정 문양을 보며 이슬람 문양이겠구나, 페르시아 문양인가 이런 생각들을 합니다. 기술이 덜 발달된 시기에 타국에서 새로운 문물을 접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고 그만큼 문화적으로 개방되기도 어려웠죠. 그렇기에 도자기에 드러나는 흙의 종류 유약의 색, 문양을 토대로 시기 외 지역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지구 반대편의 문화를 알 수 있고 그것을 새길수도 있죠. 그렇기에 저는 도자기가 일종의 역사책이라 생각했고 여기에 보이는 것과 새겨진 것들이 역사의 내용이라 생각했고. 현재 제가 파편들을 가지고 하나의 완성된 도자기 모양을 만들어, 현재를 말하고 그것이 다시 미래에는 역사가 될 것이라 생각하여 시작된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역사가 깊고 문화가 많이 발달된 프랑스를 시작점으로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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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시 일정-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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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프랑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입니다. 이곳은 많은 소장품들이 있고 디자인에 관한 소장품이 많았어요

KakaoTalk_20200323_124721420_27.jpg 사진 한 장도 평범하게 찍지 않는 작가 종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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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움직이다 보니 오히려 큐레이터들이 설명을 열심히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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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진짜로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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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프랭크 게리의 디자인을 어릴 적엔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의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아 졌어요. 예전엔 날아갈듯한 유기적인 움직임이 느껴지는 그의 건축이 딱딱한 건축 같지 않아서 좋았는데, 확실히 나이가 생기니까 클래식한 건축이 좋은듯해요. (사실 프랭크 게리가 MIT 기숙사 건물 설계하고 눈 무게를 계산을 잘못해서 기숙사 건물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유학시절 접하고, 건축가가 아무리 외관이 예뻐도 실질적으로 사람 생명이 먼저인 것을 계산 실수 났다는 것에서 실망했어요)


레지던시 일정- 로뎅 미술관

제가 13년도 파리를 갔을 땐 로뎅 미술관 공사 중이라 내부를 볼 수가 없었지만 이번엔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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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로뎅의 표현이 섬세하면서도 힘 있어서 좋아하지만 칼레의 시민 작품은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아리게 짠하고 힘들어요. 과연 지금 같은 세상에서도 공동을 위해 나의 생명을 희생하는 사람이 존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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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사람이 위에 있는 지옥의 문


KakaoTalk_20200323_124829665_17.jpg 로뎅의 집

로뎅의 집은 미술관으로 바뀌었고 2층집 내부 전체를 작업실과 작품으로 채워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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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작업을 위한 공부한 흔적들을 주로 기록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당시에 작업의 초기 단계라서 이런 게 더 관심이 있었던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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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시 일정- 퐁피두 미술관

이곳은 뭐 두 말하면 잔소리죠! 제가 갔던 시기에 너무나도 좋아했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회고전이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안돼서 작고하셔서 진짜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간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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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입니다. 44년생인 작가는 유태인 프랑스인입니다. 그는 실제로 나치 탄압을 겪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크게 겪으셨기에, 전쟁이 끝나고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던 그의 부모는 자녀를 집 마루 바닥 밑으로 숨겨놓고 지냈다고 해요.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홀로코스적 작품으로 희생된 유태인을 기리는 작품이 주된 내용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슬픈 건 희생된 어린 유태인들을 표현한 작품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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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옷을 쌓아서 희생된 사람들을 표현하였어요. 이 작업을 그랑팔레 전체에서 보여줄 때는 일부러 전시장 온도를 낮춰서 서늘하게 만들고, 관객들이 저 옷 사이를 지나거나 밟게 함으로써 그 잔혹함을 더 느끼게 했다고 해요.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은은하게 심장 박동 소리를 배경소리로 깔아서 한층 극대화시켰다고 해요.


레지던시 일정- 파리 미대 방문

보자르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에꼴 보자르? (저는 불어를 못합니다) 아무튼 프랑스 파리 미대를 견학했어요. 저는 미국에서 미대를 다녔고, 한국 미대는 다녀보지 않았지만 선생으로 일하면서 구경해 봤고! 다른 나라 미대는 어떤지 궁금했는데 아주 좋은 기회였어요. 게다 프랑스는 우리 인식에 수많은 화가들을 배출하고, 예술가들이 살면서 작품세계를 펼쳤던 곳이기에 이곳의 미술학교는 어떤 곳인지 궁금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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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학교의 중앙 강당? 중정? 같은 곳이었어요 (제가 불어를 못해서 제대로 못 알아 들어서 정확지 않아요)


제가 프랑스 미대를 다녀와서 지인들에게 정말 이곳은 엄청난 곳이라고 여러 명에게 말했는데 그 이유를 이제 알려드릴게요!. 어느 미대든 간에 기본과 기초가 중요하죠. 저는 나름 미국에서 회화과 토대가 튼튼하다는 곳에 다녔었는데 네 그곳은 프랑스 미대에 비하면 근본 없는 곳이었습니다 (비하 폄하 아님) 프랑스는 그만큼 기본이 시작되는 지점이 남달랐어요. 프랑스서 공부하신 분이라면 이게 기본 아니야? 하시겠지만! 전 어디서도 이런 걸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어요


프랑스 미대에서 제가 가장 신기했던 건.... 기초 수업 중에 "프레스코 벽화"수업이 있다는 것입니다....

회벽이 있고!! 거기에 옛날 방식대로 작품을 해본다는 게 정말 너무 신기했어요. 제가 배운 가장 오래된 기법은 계란 노른자로 작업하는 "에그 템페라" 였는데 이것만 해도 전 되게 클래식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레스코를 보며 완벽하게 졌다고 생각했고. 진짜 아 이것이 기본이고 역사구나 싶었어요. 미국은 아무래도 유럽에 비해서 역사가 짧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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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신기한 벽화에 그릴 물감 제조 하는 것! 시범도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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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 학생별로 자신이 그릴 벽을 부여받고 거기에 작업을 한다고 해요. 프레스코를 배운다는 것 진짜 축복받은 역사가 깊은 나라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행운인 듯합니다.


레지던시 일정- 셰익스피어 컴퍼니 서점에서의 세미나

외부 견학이 없으면 늘 지금은 폐점한 셰익스피어 서점 2층에서 살롱을 열어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이것이 진짜.. 옛날 예술가의 방식인 듯해요. 파리 가보신 분들 중 대부분 1층 서점은 구경하셨을 거 같지만, 2층은 생소하실 거예요. 이것은 대관해서 세미나를 진행하는 장소입니다. 레지던스 측에서 미리 레지던시 일정 중에 잡아놔서 외부 견학이 없으면 늘 이곳에서 한 명씩 주제를 갖고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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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시 일정- 작가 작업실 방문

조각가의 작업실에 초대되어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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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도 빠지지 않는 세미나의 시간. 유럽에서 왜 철학이 발전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모이기만 하면 심각한 토론 왜 그들의 살롱 문화가 발전하고 철학이 발전했는지, 주어졌기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내 삶이기에 잘 살아보려고 생각하고 나누는 문화임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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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쇠라의 거리가 있어서 작가들 모두 이곳에서 꼭 사진 찍어야 한다 해서 ㅎㅎ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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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00323_125415791_08.jpg 길거리 한편에도 있는 예술



공동 작업실 한편에서 작은 샘플만 만들고 돌아온 파리 리서치 레지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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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리에서 눈을 뗼 수 없었던 재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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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도 애용했다는 그 재료상에서 소박하게 쇼핑했습니다!!! 정말 제가 회화를 안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회화를 했으면.. 저 위에 안료 다 쓸어 담아와서 물감 만든다고 난리 쳤을 거예요. 안료의 색이 정말 남다르게 예쁩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코로나라는 몹쓸 역병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후로 몇 년간 레지던시를 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채, 2020년을 맞이했습니다.


유럽 레지던시는 두 번째였는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유럽 레지던시는 볼 게 너무 많아서 작업을 할 수가 없어요 ㅠ0ㅠ 그렇기에 이 레지던시의 구성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리서치 중심과 견학이 많다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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