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레이션 feat. clipnen (클립펜)
장돌뱅이는 미대생의 성향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작가성향, 다른 하나는 디자이너 성향.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하면, 작가성향은 의뢰인의 요구와 제품의 기능과 목적보다는 본인 하고 싶은 거 할 얘기가 먼저인 성향, 디자이너는 그래도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기는 하고, 제품의 기능이나 목적도 고려는 하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순수히 장돌뱅이의 의견입니다 디자이너분들과 작가분들 곡해 오해 하지 말아 주세요) 작가들은 본인의 성향, 색깔, 맛, 내는 쪽에 더 특화되어 있고, 디자이너들은 거기에, 타목적까지 섞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들인 것이죠. 그런 작가들도 가끔은, 디자이너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콜라보레이션. 기업, 브랜드, 회사, 등등에서 본사의 제품을 가지고 작업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작가와 함께해서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방향이 있어요. 저는 많이는 아니고 몇 번의 콜라보레이션 경험이 있는데, 모두 제품을 받아서 저스럽게 다시 풀어보는, 혹은 놀아보는 콜라보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콜라보레이션?
우리 이 단어 많이 접하셔서 잘 아시죠? 가수들도 같은 팀 아니어도 다른 가수과 같이 노래를 하기도 하고, 그런 거 콜라보라고 하잖아요, 작가들도 이런 일이 가끔 들어와요, 코로나 이전에는 이런 이벤트가 꽤 있었는데 요즘은 좀 덜 합니다. 어떤 기획자는 콜라보가 작가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하기도 해요. 이건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으니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홍보로 인해서 작가가 노출이 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고, 반대로 본업보다 콜라보에 치중해서 치우쳐 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하시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저는 대다수 콜라보 제안 들어오면 합니다. 이유는 하나! "재밌으니까!"
놀자!
저는 전시 관련된 행위를 논다고 표현해요. 특히 콜라보는 "재미난 놀이" 일을 즐기는 사람 따라가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저는 일이 돈의 유무도 중요하지만 제가 만드는 것이 더 재미나서 놀자에 목적이 큰 편입니다 ㅎㅎㅎ 그래서 가장 최근에 진행한 한 노는 콜라보를 이야기해드리려고 해요.
Artplus X
몇 년 전 2017.. 이던가 2016이던가요 미술시장에 혜성이 등장했었습니다! 그것은 "유니온 아트페어" 기존의 아트페어 형식을 버리고 다른 접근이었어요. 다른 말로 "작가 직거래 장터"입니다. 일반적인 아트 페어는 갤러리를 통해서 참여해요, 갤러리가 부스를 구매(혹은 받거나 이건 저도 잘 몰라요 제가 갤러리스트가 아니다 보니)해서 부스를 받고 그 안에서 참여할 작가들을 추려서 갤러리 색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참가합니다. 갤러리 색을 보여주기도 하고, 안정적으로 페어 나오면 잘 팔리는 작품을 가지고 오는 갤러리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갤러리와 작가가 일을 함께 하면 작품 판매금을 나눕니다. 대부분 5;5로 나누며, 계약 조건에 따라서 6:4 (갤러리), 7:3 인경우도 있어요. 저는 6:4 까지만 해봤어요. 각설하고, 이 유니온 아트페어가 충격이었던 것은 작가가 참여해서 판매하면 수익금의 100프로가 작가에게 입금됩니다. 이 페어는 갤러리 없이 작가들이 신청해서 페어 주최 측에서 심사해서 뽑은 작가들이 참여했었어요. 그래서 신선했고 인기가 많았어요 (갤러리스트 입장에서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저는 그래서 참여 당시에 갤러리와 수익금을 나눌 때의 가격 즉, 작가가격으로 참여를 했었어요) 코로나가 갑자기 찾아왔고, 대다수의 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24년도에 유니온 아트페어를 진행했던 기획자 선생님들이 ARTPLUSX라는 다른 이름의 페어를 런칭 하셨고. PLUS X 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페어 말고도 다른 것들이 있었어요. 24년 콜라보도 다음에 얘기해드릴게요. 일단 가장 최근 한 25년도 ARTPLUS X 페어의 콜라보는 CLIPEN 이라는것입니다.
콜라보 개요
이 콜라보는 페어 참여 작가 30명이 참여합니다. 다른 콜라보는 광고회사나 담당 기획자,, 혹은 브랜드에서 작가에게 연락을 취해서 소수로 진행을 하는데 비해, 이 클립펜 콜라보는 대형 콜라보였어요. 4월 말쯤 페어 측에서 공지 이메일이 왔었어요. 이 펜에 대한 설명과, 영상 그리고 참여를 원하는 작가들은 링크에 주소를 남기면 펜을 보내줄 테니 한번 가지고 놀아보고 영상 찍어서 보내주세요! 라는 내용인데... 네 저는 사실 글을 꼼꼼히 잘 못 보는 인간이라서 (아날로그 세대라서 종이에 인쇄된 글을 그래도 그나마 좀 자세히 보는데 모니터 상의 글은 꼼꼼하게 안 읽혀요) 적당히 봤고 .... 주소 입력 안 했습니다 ㅎㅎㅎㅎ ...사실 이 펜에 관한 영상을 봤는데 딱 보는 순간.. 아 나 이 제품에 내 색깔은 이렇게 입히거나 추가해야지 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자신이 없었어요. (저는 콜라보 제안받으면 거의 설명 들으면서 아 이거랑 조고랑 요고랑 해봐야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는.... 음.. 이거 뭐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기획자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저 같은 인간을 배려해서 전화로 다시 한번 설명을 해주셨죠.. 네 생각해 볼게요! 라고 마무리를 하고.. 아무 생각 없었다가.... 다시 기획자 선생님이 펜 보내게 주소 달라고 하셔서... 드렸어요... 그리고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저는 사실 이 펜을 알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 쇼핑이 시장 구경과... 디자인샵입니다.. 특히!! 미술관 샵 환장합니다. 이 제품은 제가 기억으로는 서울역에 있던 디자인샵에서 샀던 거 같은데 혹시 아니라면.. DDP에서 십 년 전에 샀던 것으로 기억해요 저도 이 제품이 좀 특이해서 샀었고, 다리어리에 끼워서 쓰려고 샀었거든요 이 제품은 클립형태로 종이를 끼우는 기능이 가능해요. 그렇게 받아서 멍 때리고 있는데 기획자 선생님이 다시 전화를 주셨어요! 영상 촬영도 해서 작업하는거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시기에 네!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네 저는 사진 똥손으로 유명해서, 자신은 없지만 찍겠다고 했고! 쿠팡으로 삼각대도 샀어요! 그랬는데!!!! 기획자 선생님이 영상 촬영 감독님을 보내주신다는 거예요!!! 허거거걱! 더 부담!!! 그래서 그때부터 빠르게 짱구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능
처음에는 제 작업 방식처럼 무엇인가 덕지덕지 붙여서 하나로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봐야지??? 했는데... 그러기엔 저 팬은 너무나 작고.. 그럼 너무 무거워지니까 글 쓸 때 불편할 텐데.... 어쩌지 싶었죠. 작가들이 어찌 작업하는지 한번 확인차 연락 주신 기획자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이거 너무 작아서 작업하기 어려워요 ㅠ"
그랬더니 기획자 선생님이 한마디 하시는데 무엇인가 번쩍 했어요 "그 기능을 먼저 생각해주세요!"
그렇게, 이건 이준이 만드는 펜이 아니고 클립 기능이 있는 펜인데 거기에 이준 한 방울만 첨가하면 되는 건데 왜 자꾸 나처럼 하려고 했지? 기능을 잃으면 콜라보의 가장 큰 목적이 상실되는건데??! 그래서 다시 원점. 제가 처음 이 펜을 샀던 이유로 돌아갔어요. 저는 이 펜을 제 다이어리에 꽂을 생각이었거든요. 저에겐 책갈피 기능이 제일 중요했어요. 그래서 다시 책갈피 기능을 최대한 살리되 재미나게 놀자!
그래서 공개합니다 저의 콜라보 작업을! (이 글이 발행할 시점에는 아트페어가 개막하여, 콜라보 제품이 이미 공개되었을 때이므로 부담 없이) 공개! 합니다.
일단 스케치 과정부터 (저는 아날로그 인간으로 컴퓨터를 이메일과. 인터넷 보기 정도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은 손으로 ^-^ 합니다 (의도와 다르게 무척 피곤하게 사는 편)
저는 스케치를 안 하는 작가입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작업할 때 스케치를 안해요... (못하는 거일 수도) 키워드 몇 개 정하고, 거의 졸라맨 수준으로 스케치를 합니다 (제 본 작업은 인체가 주라서 동세만 표현하면 된다는 굳은 믿음) 그러나 이번 콜라보는 좀 더 세밀한 설명을 담은 스케치를 해 보았습니다.
손잡이로 잡는 부분에 무엇인가 부착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거 표시가 저에겐 중요했어요 펜으로서의 1차적 기능은 반드시 해야 하므로 펜에 표시를 하고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 를 냈습니다.
저는 종이를 끼우는 부분 중에서도 "책"에 끼우는 것이다 보니 그럼 책의 뚜껑을 덮을 것이니까 이 책갈피에서 무엇인가 빠져나오거나 삐져나오면 재미날것 같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발!에 집중!! 일과에 치여 다이어리에 쓰인 일정에 깔린 사람 혹은 책에 깔린 사람을 표현하고 싶어서 "발"에 빠졌답니다. 그리고 나서 실제로 펜에 붙이면 어떨지 정도를 보고자 종이에 팬을 대고 그려서 펜의 실제 크기를 보고 그 위에 살짝 스케치
(요즘 세상에 참 저처럼 아날로그 적으로 사는 인간도 없을 겁니다. 이것은 다 컴맹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온 스케치는 이 정도! 자 다음은 실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보통 작업할 때 스컬피라는 재료를 써요 이게 말랑한 점토인데 (사실 그렇게 말랑하진 않고요, 좀 따땃하게 만들면 말랑해져요) 작업하기 좀 편해서 조물조물 모양 만들고 열풍기로 굳혀주거나, 오븐에 구워줘도 되고요 저는 크기가 다 작아서 냄비에 삶아요 (여기서 어떤 오븐이던 냄비던 사용하신다면 음식을 만들 때 쓰시면 안 됩니다) 그러나 스컬피의 단점은 좀 무겁고... 잘 부서집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바툴 레진을 사용했습니다 (점토형태고요 경화제와 주제를 반죽해서 모양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굳는데 스컬피 보다 가벼워요 다만 반죽하고 서서히 굳어가기 때문에 오래 작업할 순 없어요 그래서 저는 미니어처는 시바툴을 쓰지 않아요)
이래서 이제 실제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쪼물쪼물
그리고 펜에 올려서, 책갈피로 끼어서 어떤지 중간중간 확인 췍
이제 그런 본격적으로 이준 방식 돌입 합니다. 이준 방식은 실 감는 제 고유의 작업 방식이에요. 특별할 거는 없고요 오공 본드를 바르고 실을 살살 천천히 감으면 됩니다! (그러나 실제 하는 건 말처럼 쉽진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서... 누가 안 따라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작업 과정은 영상 감독님이 5/23일 금요일에 촬영해 가셨어요. 전문가의 손길로 영상 잘 나올 거라 믿어요!
필기구처럼 작고 가벼운 물건인데 사람이 쓰는 거라면 이게 은근히 조금만 무거워도 무게감이 크게 느껴질 수 있어요. 아이까지 사용 안 하는 사람이 없는 게 필기구다 보니 보통 익숙한 무게란 게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가볍게 작업해보았습니다.
사실 펜은 1개만 받았고 하나에만 작업하면 되는데, 저는 좀 더 놀고 싶어서 펜을 두 개 더 주문했고 하나 있던 거 포함해서 총 4개에 작업을 했어요. 기획자 선생님이 절대 더 하라고 요청하신 건 아니었고요 제가 궁금했어요. 오리발 버전, 발가락 버전, 사람 하체도 다 나오면 어떨까? 해서 좀 더 만들었습니다! (상상이 바로 되는 작가분들과 다르게 저는 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편이라서 일을 더 만들었어요) 그리고 요즘 제가 스컬피로 오즈의 마법사 만드는 중인데 자꾸 도로시가 생각나요 루비 구두와 ㅎㅎ 도로시 그래서 도로시 버전도 했고. 책갈피를 진짜 사용해야 하는 독서하는 인간도 하나 껴봤어요. 도로시와 책 보는 사람은 실로 감기에 불편한 부분이 많아서 아크릴로 칠해봤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펜 색과 도로시가 잘 안 어울리는것 같아서 펜 전체도 나중에 색 칠 해줬어요
뒤에 귀여운 빨강 패디큐어 한 발가락 보이시나요? ㅎㅎ 저는 귀여우면서도 이상한거 좋아해서 여기서 어쩌다보니 분홍 구두 마냥, 발목을 다 댕강 댕강 잘라 버렸네요 ㅎㅎㅎ
최종 완성본
클립펜의 기능 살리고 작은 재미도 주는 작업으로 마무리! 저는 나름 재미나게 놀았어요. 다음에는 다른 콜라보 (작가와 한 것도 있고, 잘 알려진 기업과 한 것도 있고, 아무도 모르는 콜라보를 하게 된 적도 있어서 이것저것 레지던시 사이사이 끼워서 얘기 해볼게요!)
이 글을 쓰는 시점이 촬영 끝나고 해서... 결과를 아무것도 모릅니다. 영상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근데 보통은 본인이 찍은 것보다 백만 배쯤 잘 나오고, 더 뭔가 있어 보여서 불만 1도 없고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제 기대반 걱정반 상황 돌입!
언제나 작업은 처음 선보여질 때 어떨지 제일 걱정해요. 과연 좋아들 할까? 별로라고 하면 어떡하지? 뭐라 말해야 하지? 지금 현재 그 상태입니다 ㅠ0ㅠ 세 관문이 남았어요.
1. 기획자 선생님들의 반응, 2. 제품 회사의 반응, 3. 관람객의 반응
결과물에 대한 다른 분들의 반응은 6/4일 오픈날로 미루고 일단 장돌뱅이는 즐겁게 잘 놀았답니다!
제가 이래서 콜라보 좋아해요 ㅎㅎ 새로운 거 해서! 콜라보마다 작업해야 하는 조건이 있거나 방향이 생기는데 그에 따라서 저의 작업 방식이 새로 생길 때도 있어서 좋아해요!
더불어 이 글을 빌어, 제 일정이 하도 시간이 안 빠져서... 금요일 밤에 촬영 와주십사 해서 너무 죄송했던 에이비 페르소나 감독님과 식구들 감사합니다 ㅠㅠ 그리고 아트페어 이상의 재미와 더불어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더 주려고 해 주시는 Space XX 기획자 선생님 두 분도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