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부장 Dec 31. 2020

"미리새해복많이"

처음 해보는 한해 갈무리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인 2020년 12월 31일.


상하이는 20년 만에 처음이라는 둥, 30년 만이라는 둥, 어쨌든 제가 상하이에 도착한 후 처음 만나는 영하 7도의 추운 날씨로 올해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변의 변화를 그닥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매년 새해의 첫 날도, 작년이었던 어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 해의 마지막 날도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았고요(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마지막 날이라는 핑계로 퇴근을 조금 일찍 할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는 정도).


그래도 , 올 해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쓰여질 2020년이었다 하니  한번 돌아볼까 합니다.


다행히도 가족이나 친구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아 실감이 나진 않았지만 늘 마스크는 얼굴에. 덕분에 중학교 때도 겪지 않은 턱드름 사태가 주르륵...


쐉스이 쐉스이 (双十一) 매년 11월 11일마다 물건을 사느라 일도 내팽개치고 쇼핑에 바쁜 중국 친구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찼더랬지요. 하지만 저도 올해는 11월 11일 0시에 맞춰  쐉스이 할인 중인 마스크 두 박스를 구매하느라 잠을 설쳤습니다. 매일 하루에 네 장씩은 꼬박꼬박 버려지는 마스크가 반 값이라니. 뿌듯하기까지...


10여 년 전 추운 겨울, 첫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느라 2주 동안 갇혀있던 그날들.  내 평생 없을 줄 알았던 강금 생활이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건강한 몸으로. 더 건강해지는 결과(?)로 말이지요. 


이 집 저 집 할 것 없이 , 학교를 못 가고 집에 갇혀있던 아이들은 어느 해보다도 불쑥 커버렸네요. 뛰어놀지도 못하고 집에서 사육을 당하는 꼴이다 보니, 무럭무럭 잘도 크네요.  학업성취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지만 글쎄요. 저희 집은 학교를 다닌 2학기 성적이 사상 최저의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등교와 성적은 무관했던 것 같아요.


코로나 코로나 하면서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 큰 영향이 없는 곳들도 있었지요. 제가 다니는 회사도 그런 걸로 아는데, 코로나 핑계로 급여가 몽창 깎였어요.  사상 처음 겪는 강탈이라  분개도 했지만, 남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죠? 어려울 때 친구를 알아볼 수 있다던데, 역시 회사는 제게 좋은 친구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할래요. 



끄집어내자면 한해 한해 하루하루 특별하지 않은 날이 있을까요? 올해 제 일상도 특별하지 않았지만 매일이 특별했고요.  

그런데 2020년은 왠지 도둑맞은 한해처럼 느껴집니다. 넓기도 넓고, 없는 게 없다는(심지어 디즈니랜드도 있는) 상하이에 살고 있지만 워낙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어쨌든  갇혀 있다는 생각에 박탈감이 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돌아보기도 하고, 앞날을 계획하기도 하는 하루를 맞을 수 있는 것으로, 이미 감사합니다. 

 내년의 계획은, 2021년 12월 31일을 파워풀하게 보내기!  벌써 파워풀 해지는 기분이네요. 


여러분 , 수고 많으셨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 드나 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