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리면 격리시설로 가야해요
집안 봉쇄가 시작된 후 매일 아침 8시 공표되는 확진자 수, 내일이면 의미 없어질 무증상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어머 이만큼이나 늘었어, 혹은 오늘은 왜 줄었지? 둘 중 한 가지의 반응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실 숫자가 늘든 줄어들든 달라지는 건 없다. 제로 코로나의 기조 아래 신규 확진자가 0 이 되지 않는 한, 봉쇄가 풀릴리는 없다. 적어도 지금 까지는.
지난 단지 내 봉쇄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빙빙 돌기만 했던 아파트 단지 둘렛길. 매일 똑같은 풍경이지만 그래도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꽤 운동이 되는 거리였는데 이제 산책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나니 체력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좁은 집안을 아무리 헤집고 다녀도 핵산 검사라도 한번 다녀오지 않는 한 하루 걸음이 1000보를 넘기기 힘들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하루에 오천보 걷기를 도전했다. 핸드폰 기능을 통해 걸음수를 확인해야 하니 무거운 핸드폰을 주머니에 덜렁덜렁 달고 다니는 모양새가 좀 흉하긴 했지만 한 번 해보자. 설거지를 하는 중에도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중에도 제자리걸음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가끔씩은 베란다가 있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601호 베프님의 옥상에서 왔다 갔다 경보를 하기도 했다. 베프님은 점점 따뜻해지는 햇볕 아래 휴양지라도 온 듯 편한 자세로 드라마 깨기를 하고 , 나는 여간해서 내 이마에선 찾아보기 힘든 땀방울이 신기해 한참을 왔다 갔다 운동 같지도 않은 운동을 했다.
그렇게 돌아다녀도 걸음수는 5000보를 넘기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느껴지는 종아리의 뻐근함이 뿌듯했고 짧은 시간이나마 햇볕을 쬐어 그런지 기분도 좋아졌다.
그다음 날도 남의 집 베란다 경보를 포함, 큰 존재감을 자랑하며 집안 곳곳을 쑤시고 다니는 나에게 남편이 한마디 했다.
“까분다”
어허, 당신도 하루방처럼 노트북 앞에만 그렇게 앉아있으면 다리가 골아. 안돼 안돼. 운동을 해야 한다고.
그런데 그날 저녁, 갑자기 나만 추운 거야 싶더니 몸이 휘청 거릴 정도로 재채기가 멈추질 않았다. 줄줄 흐르는 콧물을 닦아내다 보니 코끝이 다 헐어버렸다. 처음 콧구멍이 간질간질, 재채기가 쏟아질 때는 항원검사의 면봉 때문인가 했는데 이젠 목구멍이 간질간질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 설마, 나 코로나인가.
머리카락이 삐죽 서도록 긴장이 되어 열을 재고 자가 키트를 통한 항원검사를 했다. 다행히 열도 없고 음성이란다. 갑자기 운동을 한답시고 남편의 말대로 “까불다”가 갑자기 열려버린 모공으로 찬바람이 들었나 보다. 이전에 집안일 봐주시던 아주머니께서 봄바람이 물은 안 얼려도 사람은 얼린다고, 춘티엔 똥른 부똥수이 春天冻人,不冻水 라며 그렇게 봄바람을 조심하라 이르셨는데. 결국 해마다 걸리는 봄감기에 홀딱 걸리고 말았다. 게다가 재채기라도 할라치면 무섭게 의심의 눈빛을 던져대는 이 시점에 콧물 줄줄, 기침이 끊이지 않는 감기라니.
한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언젠가는 걸리고 말 코로나이지만 지금은 안된다. 지금 코로나에 걸리면 팡창方舱이라고 불리는 격리시설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2월, 확진자수가 많지 않던 때까지만 해도 확진자들은 병원에서, 밀접접촉자들은 특정 건물(주로 여관급 호텔)에서 격리 생활을 했지만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오미크론이 중국에 상륙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격리 대상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면서 중국 정부는 확산세가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싶으면 해당 지역근처에 격리시설부터 지었다. 일반 생활구역과 떨어져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수용해야 하는 격리시설의 조건 상, 견고함이나 편리시설이 보장될리는 만무했다. 많은 인부들이 와아아아 몰려들어 바닥을 다지고, 간단한 철강 구조물을 세운 다음 패널로 위아래를 덮고 문을 내면 며칠 만에 완성. 격리시설을 짓는다더라, 소문이 들려오면 이미 그 안에서는 이미 격리 생활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때문에 결국 임시 격리소는 부족해졌고 그다음은 체육관, 전시장, 심지어는 공립학교 교실까지 격리 장소로 변경되어 버렸다. 봉쇄 해제 후 아이들의 감염 가능성을 걱정한 부모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학교장 이상으로는 전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튼튼하게 지어진 체육관, 전시장으로 격리되는 것은 행운이다. 오랜 기간 쌓였을 쿰쿰한 땀냄새가 나더라도 적어도 비바람은 피할 수 있으니. 오랜만에 상하이에 큰 비가 내리던 날, 임시로 지어진 격리시설 천장에서는 비가 쏟아져 내렸고, 우산도 없이 비가 들지 않는 구석에 붙어 서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한참 단체방을 돌아다녔다.
벽에 거뭇거뭇 곰팡이가 피고 조명도 흐릿하니 범죄영화에서나 등장할 만한 격리 시설도 등장했다. 저곳에 격리되면 없던 병도 생길 듯하다. 하지만 최악의 장소는 사람들이 관처럼 생긴 누런 종이 박스 안에 달랑 이불 한 채와 함께 누워 있는 체육관이었다. 설마 했지만 종이 박스 겉에 매직으로 쓰인 일련번호와 푸른 위생 마스크, 주변을 돌아다니는 따바이들의 모습을 보니 틀림없는 격리 장소이다. 종이박스와 이불은 우리 할머니 집 백구가 새끼를 낳을 때 할머니가 백구에게 마련해주신 복지 중 하나였는데. 이 정도면 개 만도 못하진 않고… 말 그대로 개와 같은 대접을 받게 되는 건가. 욕을 할 의도는 없었는데 딱 정확하고도 적절한 표현이다.
사실 격리 장소의 수준보다 더 큰 문제는 아동과 보호자의 분리 격리였다. 확진을 받은 어른이나 아이 중 한쪽만 확진을 받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둘다 확진을 받은 경우라도 반드시 아동은 따로 격리를 한다는 것이다. 13살 중학생이든 13개월 아가든 열외가 없다고 했는데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라도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아이의 불안감은 나이를 불문하고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고, 아이를 홀로 보내야 했던 부모에게도 평생 뼈가 아플 기억이 되었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결은 우리가 걱정했던 심리적 차원이 아닌 아주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로 다른 국면을 맞았다. 아동 전문 격리시설의 열악한 환경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한 침대에 어린아이들을 서너 명씩 함께 누이고 침대 난간에 매달려 울어대는 아이를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영유아 격리시설의 모습은 자식을 끔찍이 생각하는 중국 부모들을 기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를 잠깐 정리가 되지 않은 순간이었을 뿐이라며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국제적으로도 큰 이슈가 된 이 사건 이후로는 다행히 가족 격리가 허용되어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확진을 받은 경우 같은 곳에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혼자 격리시설로 가거나 혹은 집에 아이들만 혼자 남겨지는 일이 여전히 문제로 남았다. 확진을 받은 아이를 혼자 시설로 보낼 수 없어 아이에게 연신 입맞춤을 하며 스스로 확진자가 될 부모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아이와의 입맞춤은 그냥 사랑스러운 이유이기만 하면 좋겠는데 이렇게 슬픈 이유가 필요하다니…
물론 모든 격리 시설이 엉망인 것은 아니다. 격리 환경은 호텔 같은 최고급 시설도, 관 같은 종이박스에 들어가 자야 하는 곳도, 복불복이다. 얼마 전에는 확진자와 격리 대상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되자 그 단지 전체를 격리 장소로 지정, 오히려 격리 대상이 아닌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어 큰 문제가 되었다. 쫓겨난 사람들은 저항을 하다 못해 무릎을 꿇고 빌기까지 했지만 결국 끌려가듯 내 돈 내산 집을 떠나야 했다. 그들이 애원 끝에 결국 집으로 돌아갔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고 있는 한 어떠한 수준의 비상식적인 일도 생겨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행히 자가 키트 검사에서도 한 줄 밖에 확인이 되지 않았고, 두 번의 핵산 검사 후에도 날 잡아가는 이는 없었으니, 남편의 말대로 까불다 걸린 흔한 봄감기였던 것 같다. 게다가 봉쇄 전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미리 구해둔 약도 꾸준히 먹었다. 이후 이 약은 음성도 곧 양성으로 바꿔줄만큼 신통방통한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니 정부에서 나눠주는 보급품 주머니에도 늘 포함되어 있었다. 매일 박스채 나눠주는 항원키트와 처방도 수량도 관계없이 전달되는 코로나 치료제. 자가 키트로 양성이 확인되면 알아서 조용히 약을 먹고 치료하라는 것인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지만, 일단 언제 필요할지 모를 일이니 소중하게 보관해 두었다. 항원키트에 두 줄이 선명히 뜨는 날 조용히 이 약을 먹고 이불속에 박혀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