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하이에서 유행하는 헤어 스타일은?

투 블록 칼라, 혹은 장발족. 물론, 개취와 상관없습니다.

by 보부장

번화가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핵산 검사 때마다 멋지거나 개성 있는 옷차림을 하고 검사에 나서는 사람들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패션모델처럼 옷을 잘 차려입고 줄을 서있거나 멋지게 양복을 갖춰 입은 노신사, 웨딩드레스를 입고 검사원 앞에서 입을 벌린 신부(진짜 결혼식이었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 뒤에 길게 늘어진 면사포를 들고 있는 친구, 공룡옷을 입은 어린아이 등등 재미있는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잠깐이지만 문 밖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인 핵산 검사 때 만이라도 멋을 부려보고 싶었는지, 억지로 만들어낸 보도 내용처럼 어려운 상황을 웃음으로 극복하려는 멋진 상하이 시민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보통의 상하이 중산층들이 살고 있는 우리 아파트는 조금 더 현실적이다.


핵산 검사는 아침일찍부터 시작된다. 보통 어른들은 깔끔한 생활 복장, 아이들은 수업 중에 나오느라 교복차림이 대부분이지만 잠옷을 입은 사람들도 많이 있다. 슈퍼에도 잠옷바람으로 출동하는데 하물며 아파트 단지 안에서 못 입을 이유 없다. 그런 사람들은 주로 머리 한쪽이 소가 핥은 것처럼 눌려 있거나 단정히 빗었더라도 머리 위에 하얀 눈가루 같은 것들을 잔뜩 붙이고 있다. 무엇인지 정체는 짐작이 가지만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다.


검사를 받으려 줄을 서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줄을 선 사람들의 정수리를 관찰하게 되는데, 사람들의 헤어 스타일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주로 붉은 갈색으로 염색하기 좋아하는 중국 멋쟁이 할머니들이나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 중년 여성들은 뿌염이 시급해 보인다. 머리 안쪽에서부터 올라오는 흰머리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력을 넓히는 것이 확연이 드러났다. 반대로 노랗게 염색을 한 젊은이들은 뿌리 쪽에서 새로 올라오는 머리카락들이 검은 영역을 확대 중이다. 상해 시민들 사이에 본의 아니게 투 블록 칼라 헤어가 유행을 하게 되어 버렸다. 역시 트렌디한 도시란 말이야. 정부 주도로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내다니.




염색으로 숨겨왔던 흰머리가 잔뜩 자라난 601호 언니는 눈이 빠지게 염색약 공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DIY 가 익숙지 않은 중국 사람들이라 그런지 (중국 사람들은 고깃집에서도 직접 고기를 구워 먹지 않는다) 그 많은 공구 아이템 중에 염색약 공구는 아직 보지 못했다. 밥도 직접 잘해 먹지 않던 상해 여자들이라, 염색까지 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은 것 같다.

"언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 지금 최대 유행인 투 블록 칼라 헤어를 갖게 되었잖아. 게다가 지금은 우리 머리를 보여줄사람도 없다구. "



다행히 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하는 미용사 두 분이 봉사, 혹은 헤어 공구에 참여하신 후로 남자들의 머리는 조금 단정해졌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개성을 살린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살려주지는 못했는지 아니면 동일하게 책정된 가격 때문인지, 남자들의 머리는 대부분 깍두기 스타일로 변했다. 깍두기 스타일을 만들어 줄 이발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은, 그 옛날 70년대에 유행하던 사진 속 아저씨들처럼 장발족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중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봉쇄 해제를 알려오는 신호탄 같은 소식들 중에 식당과 더불어 미용업이 1순위 인걸 보면, 정부 사람들도 멋쟁이 상하이 시민들의 망가진 헤어 스타일은 차마 눈뜨고 못 보겠었나보다. 봉쇄가 끝나면 미용실들은 밤새 영업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