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들린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퇴사하고 회사 앞에 카페에 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원래는 개인카페와 메가커피를 번갈아 가며 갔었는데...
회사 책상에서 가만히 앉아 책 읽는 게 좋기도 하고,
날이 추워지니 귀찮기도 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카페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사무실에 있으니까 가뜩이나 절간처럼 조용한 사무실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개인주의 끝판왕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 보니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1월 초에 바쁜 업무들을 좀 처리하고 나니 여유가 생겨 점심시간에는 나가게 되었다.
15분 정도 걸어야 하는 메가커피는 너무 멀기도 하고... 춥기도 하여 요즘은 회사 앞에 개인카페에 간다.
원래 있던 사장님인 줄 알았던 무뚝뚝함의 끝판왕 알바분이 그만두고...
친절한 알바분이 오셨다.
그래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카페에 방문한다.
사실 우리 회사에서 1분 거리에 개인카페가 또 하나 있긴 하다.
건물주분의 아드님이 2년 전에 차린 카페인데...
솔직히 커피가 너무 맛이 없다.
그래서 그냥 조금 더 걸어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간다.
카페에 갈 때면 늘 책을 가지고 간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거나, 최근에 독서포인트로 구매한 히가시노게이고의 추리책
아니면 카페에 있는 책을 읽기도 한다.
사장님의 독서 취향에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는(?) 종류의 책들이 좀 있다.
아무튼 아이스 카페라테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다.
원래는 아메리카노 or 바닐라라테였는데 뭔가 그 둘 사이의 중간값으로 요즘은 라테를 즐겨 먹는다.
날이 춥긴 하지만 1시간 안에 마실 수 있는 아이스를 늘 주문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 하러 오는 직장인 무리들이 어느새 카페 안을 꽉 채운다.
나야 혼자 오니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지만 삼삼오오 오는 사람들은 수다타임으로 바쁘다.
그런데 안 들으려고 해도... 카페에서 테이블 간격이 넓지 않아 들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거의 95%는 상사욕...
그래서 처음에는 안 들으려고 이어폰을 귀에 꽂아봤지만...
이어폰을 뚫고 들려오는 큰 목소리가 있다.
나처럼 매일 오시는 무리들이신데... 늘 할 이야기가 많으신지 수다타임이 이어진다.
나도 모르게 내적 친밀감이 느껴질 정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갑자기 지금 다니는 회사가 나아 보일 지경이다.
아무튼 어쩌다 보니 들리게 되어 듣는다.
회사에서 혼자 업무를 하기도 하고 타 부서 동료가 떠난 뒤로 나는 유일무이한 여성직원이 되었다.
채용으로 여직원을 한 명 채용하려고 했으나, 출근 전 기존 회사를 다니기로 해서 못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만족스러운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에 카페를 다녀오면...
그래도 이만한 게 낫지...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카페에서 그렇게 욕하고 싶을 정도로 싫은 회사는 아니니까...?
아무튼... 내가 점심시간에 카페에 가는 이유는 책을 읽기 위해서였는데...
요즘은... 묘한 위로감(?)+ 안도감(?)이 느껴져서 가는 것 같다.
아무튼 어쩌다 보니 들린다
사람들의 말이...
그래서 소소한 위로를 받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빨리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강해지고 있다.
직장인으로의 생활은 그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