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이 뭐냐고 묻는 그에게”
“내 역할이 뭐냐고 묻는 그에게”
그날, 나는 말을 할 힘이 없었다.
오빠는 너한테 계속 물었다.
나에게 본인은 어떤 사람이냐고.. 이해가 안 됐다.
매우 성가셨지만, 최대한 성의껏 떨리는 손으로 겨우 카톡을 보냈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인간의 마음과 생각은 창세기 1장의 혼돈, 공허, 흑암 같지.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그리스도의 씨앗이 영혼에 심겨 구원받은 거고, 그 씨앗은 말씀에 힘입어 싹이 트고 자라, 각각의 생김새에 따라 그 역할을 감당한다고 나는 믿어.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어.”
잠시 후, 그는 다시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물었다.
“그럼 나는, 내 역할이 뭐야?”
그 한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그는 내 말을 신앙의 언어로 듣지 않았다.
‘사람의 역할’이 아니라,
‘내가 너에게 어떤 존재냐’는 말을 하는 거 같았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속으로 말했다.
“하나님, 저는 그 사람의 하나님이 아니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주님을 바라보며 제 자리에서 말씀에 순종하는 것뿐인데...”ㅠㅠ
그때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그 자리에 하나님이 아닌 사람을 세우면
사랑은 금세 무너지고, 믿음은 흔들린다는 걸.
나는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완성시킬 수도 없다.
다만 내 안에 심긴 그리스도의 씨앗이 자라면서 맺는 열매로 그분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비추고 싶을 뿐이다.
나는 이렇게 속이 뒤집어질 땐 외친다.
“사람의 질문에는 사랑의 갈망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 답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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