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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의 첫 만남

결혼 200일차에 돌아보는 첫만남

by 보은 May 10. 2024

나는 내가 결혼을 할지 몰랐다. 학생 때부터 연애를 해보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연애를 못했던 건지 안했던 건지는 구분이 되지 않지만, 내 첫 연애는 성인이 된 후로도 5년이 지난 이후였다. 


어릴 적 딸로서 바라본 엄마의 삶은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시댁이 있고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을 지켜 보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꼭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오랜 시간 지내왔다. 그런데 어느순간 취업을 하고 주변을 돌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삶을 선택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이 사실이 인지 되던 순간 결혼은 둘째치고 연애는 한번 해봐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지가 생기니 여기 저기 모임에 나가기 시작하고 소개팅도 받게 되었다.  소개팅을 하면 10번을 해도 그 중 한 명과 잘 되기 어렵다던데 생각보다 나는 곧잘 남자친구라는 형태로 만남이 이어졌다. 물론 그렇게 만나는 만큼 금방 그들과 헤어졌고, 연애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려던 찰나 현재의 남편을 소개팅으로 만나게 되었다.


어느 날 연락을 하던 친구에게 소개팅 제의가 들어왔다. 잘생긴 얼굴은 아닐 수 있지만, 본인의 지인이 아는 좋은 사람이라며 혹시 괜찮으면 소개 받아볼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이때 사진을 처음 받아서 얼굴을 보게 됐는데, 정말 내 취향은 아니였다.(남편 미안) 그렇게 서로 전화번호를 넘겨 받고 그 주 주말에 처음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7월 말 무더운 날 성수에서 처음으로 남편을 만났다. 첫 인상은 내 생각보다 더 몸집이 컸고 외적으로도 이상형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헤어져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시켰다. 내가 까르보나라와 먹물파스타를 고민하던 차에, 남편이 먹물 파스타를 주문할테니 나에겐 까르보나라를 먹으라고 권유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첫 만남인데 서로 음식을 나눠 먹을 수도 없었을 뿐더러 먹물 파스타는 최악의 메뉴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둘은 그 당시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고, 그저 먹물 파스타가 맛이 없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소개팅 첫만남에 이야기를 하는데 신기하게도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그래서 즐거웠다. 1차가 마무리 되고 그는 2차를 제안해왔고 나는 물 흐르듯이 긍정했다.  가보고 싶던 맥주집이 있어서 제안을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서 김칫국을 엄청 마셨다고 한다. 결국 맥주집은 사람이 많아 가지 못했지만, 술을 마시긴 했다. 그렇게 마시고 서로 돌아가는 길에 다음주 또 얼굴을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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