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빨간 식혜를 아시나요?

하나 뿐인 언니가 같은 아파트에 산다.

매일 같이 만보 걷기를 하면서 김치 보시기를 들고 오가며 이 거리두기 시점에도 사치(?)를 누린다.

오늘은 언니가 안동 빨간 식혜를 만들어 한 통 담아 갖고 왔다. 어릴 적 고향에서 설날이나 정월 대보름에 먹던 별식이다. 일단은 그 옛날 어머니의 얼굴이 어른거려 눈물겹고, 상큼하고 매콤한 맛에 빠져 헤어나올수가 없다.

유년의 고향은 집성촌이라 설날이면 집안 어르신들께 세배를 가면, 집집마다 이 식혜를 내줬으니 가히 인생 향수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안에만 갇혀 사는 이 답답한 코로나 블루 시기에 아무리 시원한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다가, 술꾼이 해장국 만난듯 해갈이 된다. 이 식혜가 유산균이 풍부하여 천연소화제라고도 한다. 시원한 배와 무의 식감이 아삭하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쌀알 특유의 식감도 알알하다.

(언니가 만든 안동 빨간 식혜)

식혜의 기원은 '식해'라는 음식이라는 주장이 있다.

식해는 생선에 소금과 조밥, 무, 고추가루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으로 북한과 강원도에서 발달한 반찬이다.

이것이 내륙지방으로 전해져 오면서 내륙지방에서 쉽게 구할수 없는 생선과 소금이 빠지고, 엿기름과 설탕이 추가되어 발달한 것이 식혜라는 것이다.

안동 빨간 식혜는 빨간 국물에 무와 생강이 동동 떠다니는 모습이다. 

여기에 땅콩을 적당히 부숴트려 넣고 잣 한 줌 띄우면, 시원함과 매콤함과 고소함의 삼 박자가 맞아 떨어진다.

처음보는 사람은 거부감을 느낄수 있으나, 어릴 적 먹어 본 사람에겐 누구나 엄마가 생각나는 맛이다.

식혜의 단맛과 고추가루가 들어간 물김치의 매운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이다.

예로부터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했다는 안동 식혜는 겉보기에는 김치같아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고혈압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영양식이다.

위 사진을 불알 친구(?) 단톡방에 올렸더니, 잠자는 향수를 일깨워 난리가 났다. 

부럽다는 이, 언니가 있어서 좋겠다는 이, 알콩달콩 자매의 모습 보기좋다는 이, 배워서 다음 모임에 좀 갖고 오라는 이, 종일 단톡방에 빨간 숫자가 춤을 춘다.

신난 기분에 아무 생각없이 '한 번 배워 볼께' 했더니, '고마워, 기대할께'하고 나를 옴짝 못하게 올가미를 팍 씌워 버린다.

아차차, 자고로 사람은 말조심을 해야하는건데~~~.

이 물색없고 게으른 내가 어느 천 년에 배워서 자랑할수 있을지 까마득하지만, 말 인심 썼다가 어깨가 무거워진건 어쩔 수 없다.

일단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설명 듣고 내용을 적어 둔다.

재료 : 찹쌀 4컵. 엿기름 4컵. 고추가루 1/2컵. 무 100그람. 생강 1톨. 설탕 3컵.

만드는 법

1.  찹쌀을 찜기에 고들고들하게 찐다.

2.  엿기름을 주머니에 넣고 따뜻한 물에 담가 주물러서 우러나면 가라앉혀 사용한다.

3.  찐 찹쌀이 뜨거운 데다 채 썬 무와 다진 생강, 설탕, 엿기름 물을 섞어 버무린다.

4.  고추가루는 주머니에 넣은 채 섞은 식혜물에 담가둔다.

5.  식혜물을 항아리에 넣고 하룻밤 재우면 밥알이 떠오르면 김치냉장고에 넣어놓고 먹는다. 살얼음이 살짝 끼면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