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트롯 2 경연을 보고
미스트롯 2 경연이 끝났다.
출연자 모두 고생이 많았다.
심사위원들도 인기에 지장 있을 악플을 염려하며, 노심초사 살얼음판을 걷느라 고생하셨다.
그러나 경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 점수를 너무 많이 할애한 것은 잘못이다.
시청률 때문이라지만, 시청자는 전문가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시청률을 의식해 작년에 경연 TOP6 인기몰이 트롯 만들 심사위원석에 앉히는 것부터가 잘못된 발상이다.
속이 훤히 보이는 영업 수단이다.
노래는 잘한다지만, 경험이 아직 부족한데 심사위원 자격이 있을까?
그 트롯맨에게 지적을 받은 출연자의 상처를 생각해 보았는가.
아무리 스토리텔링 시대라고 해도 경연은 온새미로 실력으로 따져야 한다.
지난해 시중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소설을 쓰시네!"가 문득 떠오른다.
시청자들은 알량한 착한 코스프레에 빠져 동정표 던지기에 혈안이 되었다.
시청률에 집중하는 주최 측은 계산대로의 내러티브에 회심의 박수를 치고 있다.
트롯 경연장이 어느덧 심청이 콘테스트처럼 변질되고 있다.
탈락했다가 기사회생한 후보에게 동정표가 쏟아진다.
아버지에게 신장을 이식해 줬다는 내러티브가 시청자를 움직였다.
노래 실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결국 탈락했던 후보가 진을 차지한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졌다.
동정표에 의한 것이니 냉정한 판단으로는 진의 자격에도 경연에도 맞지 않는 결과다.
문득 사르트르의 실존주의가 떠 오른다.
과연 실존은 본질에 앞서는 걸까?
솔직히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진의 깜냥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스터 점수부터 별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마스터들도 시청자를 의식한 듯 비슷한 점수로 소심의 극치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이 된 효녀 가수를 응원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노력하여 좋은 가수가 되기 바란다.
언제부턴가 경연장이 지역 간 편 가르기가 되고 말았다. 충북도민회 중앙회장은 48만여 명의 출향인에게 충북 출신 김다현을 지지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준결승에서 음이탈이 나서 마스터에게 최하위 점수를 받았지만, 문자 투표를 많이 받아 4등을 하게 되었다. 의아해서 알아봤더니 득표 운동 사실이 있었던 거다.
경연에서도 정치적 잣대를 들이 대어지역 아이를 뽑아 달라는 운동을 벌이는 지역이기주의는 분명 비뚤어진 어른들의 잘못이다. 현수막을 서울에 200개, 청주에 50개나 걸었다고 한다, 충남인들까지 합세를 했다는 소식이 있다.
그야말로 공정이 사라진 지역 편 가르기다.
이제 열세 살의 아이에게 벌써부터 이런 불공정을 가르쳐서 어쩌자는 건가.
결승전에는 본인의 인생곡 부르기다.
이건 특히 진정정이 있어야 한다.
결승에서 '어머니' 란 노래를 부르는데, 관람석에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아버지가 떡 앉아 있는데, "아버지가 먼저 가시고 어머니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요"라는 가사는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리 그 곡에 자신이 있더라도 개사를 하든지 다른 노래를 불렀어야 했다.
이건 논술 시험에서 주제에 벗어나더라도, 스타 강사가 써 준 모범답안을 줄줄 외워서 써낸 답안지와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어린 나이라고 해도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노랫말에다 감정을 싣는다면,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그 또래가 모두 한 번씩은 들을 텐데 그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더구나 그 애의 아버지는 전통문화와 예절교육을 관장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도민회장의 지역 편 가르기를 말렸어야 했다.
인생곡 가사도 고쳤어야 했다.
그가 가르치는 효의 정서에 반하는 일이니까.
멀쩡한 아버지를 앞에 두고 망자 취급하는 정서를 눈감아주는 어른은 자격이 없다고 본다. 제작진이 미리 조치를 해야 했다.
누군가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은 지구 반바퀴를 돈다'라고 했다.
대국민 방송은 시청자의 정서를 헤아려야 한다. 시청률에만 집중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결국 3위를 해서 '미'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미'보다 더 중요한 '참'과 '공정'이란 고귀한 정서를 놓치고 말았다.
뒷순위로 밀린 언니들이 결승전에서 얼마나 노래를 잘 불렀는지 들을 때마다 두고두고 미안함이 밀려올 거다.
그 언니들에게는 밥이 걸린 경연이다. 그녀들은 무명으로 십수 년 버틴 끝에 찾아온 무대다.
물론 어린 나이에 노래는 너무 잘했고 기특하다. 하지만, 타 방송에서 2등까지 하고 더 욕심을 내어 타인의 기회를 뺏은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 아니라고 말 못 하겠다.
무릇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가수는 "고추나무에 그네를 타고 잣껍질로 배를 탄다."라고 해도 곧이들을 정도의 신뢰를 목숨처럼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길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정도를 걸어가기 바란다.
더불어 사는 세상, 때로는 옆도 돌아보며 초심을 잃지 말고 승승장구하기 바란다.
필자도 도민회장이 문자만 안 돌렸어도 너무나 칭찬해주고 싶은 아이다.
어린 마음에 상처받지 말기 바란다. 이 모두 어른들의 잘못이니까.
매주 목요일 황금 같은 두 시간을 할애한 결과가 시틋해진다.
내가 트롯 경연을 시청한 건지,
심청이 콘테스트를 시청한 건지,
지역 대표를 뽑는 행사를 시청한 건지,
헷갈리는 씁쓸한 카오스 상태에서 잠을 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