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날 삼계탕 만들기
복날에 맞추어 농가돕기 싸이트에서 수삼을 구입했다. 아울러 녹두와 찹쌀도 인터넷 단골 마켓에서 구입하고 맛있는 삼계탕 만들 생각에 들떴다.
껍질 깐 녹두는 비싸서 조금 저렴한 통녹두를 2키로그램 샀다. 녹두 껍질 까는 법은 한 번 쌀 씻듯이 씻어서 24시간 불렸다가 그 물에서 두 손으로 비벼깐다.
그 과정이 꽤나 시간이 걸리고 여러번 해야 해서 번거롭다.
맛있게 해서 아들도 초대해서 먹일 생각에 룰루랄라 흥얼거리며 두 시간을 푸욱 끓였다.
마늘 대추, 수삼 황기가 어우러져서 냄새가 기가막힌다.
닭 뱃속에 반반 섞어 넣은 녹두찰밥은 자르르하다.
아들을 부르기 전에 시식차원에서 한 숟갈 딱 떠넣었는데 이건 또 머선 129?
"와그작" 치아가 나갈 뻔한 돌이 씹히는 게 아닌가. 뭐가 잘못 된건가 다시 한 숟갈 떠봐도 "버석"하고 돌이 씹힌다.
좀 더 저렴한 걸 사려고 페루산 녹두를 산 것이 문제였다. 여태 국내산 곡류는 정미할 때 돌을 완전 골라내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의심도 하지않고 녹두를 이리지 (돌 고르려고 물을 일렁일렁하는 작업)않았던 불찰이다. 돌을 이리라고 첨언을 했으면 참고 했을텐데, 아무런 안내 글이 없었다. 페루가 그렇게 후진국인 줄 몰랐던 내 잘못도 있다.
아들 초대는 포기하고 닭만 골라 먹고 그 맛있는 죽은 다 버리게 되니 아깝고 화가 난다.
국내산 녹두가 배로 비싸니 중국산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녹두 속 돌을 걸러내지 않아서 삼계탕 못 먹게 되었습니다. 포장을 뜯고 녹두를 한 공기 썼으니 교환도 반품도 요구할 수 없어서 화가 납니다. 다른 피해자가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위와 같이 인터넷 판매자에게 쪽지를 보냈다. 이튿날 판매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돌이 있었다니 죄송합니다. 교환도 반품도 요구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너무 감사해서 저희는 반품해 드리겠습니다. 그대로 포장해서 주시면 내일 택배원이 가지러 가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녹두를 한 홉 정도 썼기 때문에 반품하기는 미안해서 못합니다."
" 괜찮습니다. 말씀을 그렇게 하시니 저희는 더욱 더 반품해 드려야합니다. 그대로 포장해서 내놓으시면 내일 택배원이 문자 드리고 수거해 갈 겁니다. "
"아이구, 미안해서 어쩌나! 하여간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감사합니다."
찜통 더위가 싹 날아가는 통화다. 이런 아름다운 세상도 있다니.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헛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