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줄기에 땀이 주르르 흐른다. 저녁 일곱 시 산책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두 자매는 걸으면서 너무 더워서 밥이 먹기 싫다는 넉두리를 이구동성으로 뱉는다. 둘 다 밥 대신 수박만 먹었노라고 하여 공감의 웃음이 까르르하다.
이튿날 산책길에 언니가 궁굴린 찹쌀 옹심이를 한 통 내민다.
미역국이든 북어국이든 옹심이 넣어서 밥 대신 먹어 보란다.
사실 찹쌀 옹심이 미역국은 우리 자매의 추억의 음식이다. 어릴 적 어머니는 더운여름날이면 이열치열로, 계절이 바뀌어 낙엽이 떨어지고 오소소 찬 바람이 불면 뜨끈한 속풀이로, 눈발이 희끗희끗 휘날리고 감기 기운이라도 있으면 옹심이 미역국을 만들어 줘서 콧잔등에 땀이 송송 배도록 먹게 해 줬다.
내가 결혼한 후에 가끔 어머니가 오시면, 나도 찹쌀을 담구고 미역을 불려 옹심이 미역국을 해 드렸다.
세상은 돌고돌아 어머니는 레테의 강을 건너셨지만, 윤회라는 묵직한 화두를 떠올리게 하는 하루다.
미역을 불리고 앞치마를 두른다. 들기름을 두르고 차돌박이를 넣고 달달 볶다가 불린 미역을 넣고 덖어준다. 간은 참치액젓으로 하고 팔팔 끓으면 옹심이를 던져넣는다. 옹심이가 익으면 바다 위의 부표처럼 하얗게 둥실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