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경기가 있는 날이다.
대한민국 안산 선수가 4강 준결승에서 5:5 동점이 되었다. 결국 슛오프를 하게 되었다.
슛오프란, 운동 경기에서 정한 횟수나 정한 시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을 때 횟수나 시간을 연장하여 계속하는 경기를 일컫는다. 양궁에서 슛오프는 한 발로 승패가 갈린다.
안산 선수가 슛오프 한 발 쏠 때는 앉아서 볼 수 없어서 거실을 왔다갔다 서성이며 초조의 끝판왕이 된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빼꼼 내다보다 해설자의 "테엔~~" 하는 함성에 "휴" 하고 손을 내렸다.
보는 내가 이럴진데 경기 당사자는 얼마나 피가 마를까?
안쓰러운 마음에 그녀를 자세히 보니 아무런 동요도 없다. 텐을 확인하고 씨익 미소를 지을뿐이다.
아우토반에서 무한질주해도 시원찮을 스무살 나이에 어쩜 저리 포커페이스를 쓰고 있는지 놀랍다 못해 존경스럽다. 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멘탈 관리도 대충 한 것은 절대 아니다.
결승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선수 오시포바와의 1세트에서 첫 발 8점을 쐈지만 안산은 흔들리지 않았다. 2세트까지 다섯 발을 10점을 명중시키며 간간이 미소 지었다. 결국 또 5:5가 되어 슛오프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또 나를 레이지보이에서 일어나 창가를 서성이게 했다. 그 긴장된 순간에도 안산 선수는 텐을 쏘고 온 국민을 열광케하고 기쁨을 선사했다. 경기 도중 80대 bpm에 머물던 안산의 심박수도 결승 슛오프에선 118bpm으로 올랐다. 상대 선수 오시포바는 167을 찍을 만큼 요동쳤다. 오시포바가 마지막 한 발 8점을 쏘고 허탈한 웃음을 지을 때 연민의 정이 솟구친다. 얼마나 긴장 했었겠나.
그러나, 경험 많은 선수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슛오프 상황을 우리 스무살 막내 안산 선수는 강철멘탈로 대수롭지 않게 이겨 넘긴다. 그 흔들리지 않는 멘탈에 박수를 보낸다.
폭염속에서도 이 숨막히는 슛오프 관전으로 쫄깃한 하루를 보냈다. 선수들은 기량도 중요하지만 멘탈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세상을 한참 살고 난 지금 스무살 선수에게서 평정심을 배운다. 우리는 이 위대한 보배를 잘 감싸고 갈무리해야 한다.
너무 잘 나가면 주위의 시기와 질투가 난무한다. 못난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증표다. 남의 헤어스타일을 갖고 티를 잡고 늘어진다. 숏컷이 뭐가 어떻다는건가?
운동 선수가 매일 긴 머리를 감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 두발 자유화에 반대 입장이다. 어느 교실 급훈이 '30분 공부 더 하면 미래의 배우자 직업이 달라진다.' 라는데. 솔직히 아침 등교 시간 바쁜데 그 긴머리 감는 시간이 얼마인가. 뭐 밥은 안 먹어도 머리는 감고 간다는 학생도 있다는데.
여학생 머리는 귀밑 3센치가 정답이다. 교육부 관계자가 못된 게 억울할 뿐이다.
못된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이 얼토당토않다. 의연한 정신력으로 악플을 무시하기 바란다.
오늘은 대한민국 화이팅이다. 우리는 그녀를 적극 응원할 것이다.
우리 모두 쫄깃쫄깃한 승리로 한 마음이 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