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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ul 03. 2021

자기 PR 시대 대처법

(왕년에 나는 ?)


지금 시대를 자기 피알 시대라고들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끔 과대망상증에 빠진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은 일단 요주의 인물이고 , 그녀의 구라( 속된 비속어)에 리엑션을 잘 해야 본전이라도 건진다. 긍정의 리엑션이 타당치 않아 포커페이스만 하다가는 짐짓 괘씸죄에 걸릴 수도 있다.

살면서 동호회 모임을 몇 하다보니, 특히 나의  언행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중년에 만나서인지는 몰라도 전혀 예쁠것도 없는 분의 경우다.

"나는 왕년에 00대학 메이퀸이었다."라고 가당치도 않은 공주병에 침잠할때 ,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때 덜 익은 나는  못들은척 포커페이스를 쓰고 말았다. 이런 허황된 공주와 인맥을 형성해도 될까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그후 그녀는 지병으로 인하여 일찍 유명을 달리했다.  그녀의 망상일지라도 손윗 어른 대우를 해 주고, 맞장구 쳐 줄 걸 하고 후회했던 경우다.

잠깐 속아주면 될 일을 속이 비좁아 까칠여사가 되었던 헤프닝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운동 시설이 문을 닫은지 일 년 반이 지나서 겨우 5인 모임이 허락되었다.  운동 멤버  네분이 티타임을 원하니,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커피숍 가기 싫어서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그 중에 연세 많으신 한 분이 또 "나는 왕년에 00대 메이퀸이었다."하고 김구라가 된다. 세월이 지났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하드를 보면 알수 있는 일이니, 그녀의 과대망상에 대하여 후하지 못하고 포커페이스를 쓰고 말았다. 네명 모두 황당한 표정이다.  연세가 많으니  모두  별다른 어필은 안하지만,  소가 웃다가 코뚜레 부러질 일이긴 하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데, 아직 익어가지 못하는 파탈(擺脫)이 문제다.  그녀의 파탈이 아니라, 호응해 주지 못하는 나의 파탈을 말한다. 여유롭게 잘 익어서 타인의 망상도 폭넓게 받아 줄수 있는 그릇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돈도 안드는데 좀 속아줘도 될것을  까칠한 인심이 참으로 야박하다.  

아이 돈 케어(I don't care)를 외치며,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을 때 처럼 환호는 아니더라도 칭찬의 박수는 쳐 줄 수 있지않았을까?


정치판에서는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라는 화두가 유월의 초록 사이로 둥둥 떠다닌다.

일 년만 젊었어도 나도 그렇게 말했을테지만,

이제 조금은 익어가는 과정에서 "정치에 관심이 많은 분이 참 많으시구나." 하고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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