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진 Jul 02. 2021

약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

<아스트라제네카 >

코로나19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로 배정되었다. LA 사는 친구는 지난해  화이자 2차 접종까지 하고 나서 한국사정을 뉴스로 접하며, 내 걱정을 많이했다.  미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취급도 하지 않는다면서 되도록 화이자를 맞기를 권한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적극 협조해야 한다지만, 혈전 사고가 심심찮게 나오니 심란하다.

단골 내과 병원에 내원하여 혈액 검사도 하고 AZ에 대한 상담을 했더니 , 닥터께서도 AZ 맞았노라며 걱정 말고 맞으라고 권한다.  댜행히 혈액 검사에서도 모든 수치가 아주 양호하게 나와서 안심이다.  아들아이도 명색이 과학자라고 어르신들은 혈전 걱정이 없으니 제 날자에 예약하고 접종하라는 부탁이다. 단백질 섭취에 주력하고 보양식 위주로 드시고 운동을 조금 줄이는 게 좋겠다고 염려의 날개를 펼친다.


질병청 홈에 들어가서 잽싸게 예약하고 2차 접종일까지 받아보니 늦어도 너무 늦다. AZ는 75일 텀으로 2차접종하니 8월 19일에나 2차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꼼짝없이 9월이나 되어야 바깥세상 광합성을 할 수 있으니 어쩌면 좋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지덕지 다행으로 생각하며 나름으로 섭생이랍시고 아둔한 머리를 굴리며, 낙지와 쭈꾸미에 혈전에 좋다는 당귀 장아찌도 열심으로 섭취하며 접종에 대비했다.


그런데 이게 머선 일이고?


AZ 예약했지만, 늦게 예약한 초과예약자는 7.5~ 7.17까지 화이자를 접종한다는 거다. 또한 예약은 했으나,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연기한 접종 연기자는 7.26~7.31까지 모더나를 접종한다니, 배가 아파 쓴 웃음이 나온다.

교차 접종에 희망을 걸었으나 50세 미만만 화이자로 교차 접종을 하고, 50세 이상은 AZ 동일 백신을 접종한다고 한다. 초과예약자는 20일 텀으로 2차를 맞으니 7월에 1,2차가 모두 끝난다. 접종연기자도 결국 더 빠르다.

이 나라에서 50세 이상 74세 까지의 어정쩡한 중노인은 동네북인가 봉인가. 차라리 자기 돈을 내고 화이자를 맞을 사람 맞으라면 덜 억울하겠다. 결국 정부시책에 적극 협조한 순진한 국민들만  불이익을 당한꼴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AZ 맞기 싫었지만, 정책에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일찌감치 예약하고 접종했더니, 완전 '약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실감하며 , 웃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어릴 때 읽었던 손창섭의 <잉여인간>이 떠오른다.

과연 인생 좌표가 어느덧 잉여 인간이란  허무한 구간에 방점을 찍은것일까.


 뭐든 적극 협조하면 5,000원짜리  싸구려 인생이 되고, 좀 까칠하게 이것저것 따지면 원하는 화이자가 돌아 가는구나. 우는아기 젖준다는말이 실감난다.

그나저나 출퇴근하는 30대 아이들 접종을 생각도 안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집에 아이들도 접종 못하고 있으니 불안하다. 

아래저래  부자나라 국민보다 초라해진 자존감에 생긴 생채기가  쓰라리다.  




LA 친구는 코로나 생활지원금으로 연방 정부에서 3200달러, 주정부에서 2000달러, 자동차 보험사에서 년간 보험료 일부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125달러 도합 5325 달러가 들어와서 서부유럽 여행하고도 남는 돈이지만, 코로나 땜에 알라스카와 캐나다 중부 록키산맥이나 갈까 한다고 해서 나의 부러움을 다.

나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거의 일년 반을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아도 혜택은 커녕, 의무 보험 하루 늦었다고 득달같이 15,000원 범칙금이 날아왔다.

차를 둘째 아들이 사 준 것이다보니, 해마다 아들이 보험료를 내고 있어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 바쁜 아이가 시간 쪼개서 주행거리 확인하느라 하루가 초과한 것이다.

밤늦게 주행거리 확인하려고 하니, 배터리가 방전되어 이튿날 재정비한 것이 문제가  된것이다. 나에게는 10년 동안 한 번도 보험 만기 통지서가 날아온 적 없었지만, 범칙금 고지서는 내게 날아와서 스트레스 작렬하게 만들었다.

굳이 법률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본인에게 만기 통지서를 보내지 않은 교통과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

그런 찰나에 LA 친구 소식을 들으니, 나는 너무 후진국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거의 차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보험료를 깎아주지는 못할 망정 하루 늦었다고 범칙금 딱지가 날아오니, 타이레놀 안 먹을만큼만 열이 오르내린다. 객적은 오기로 가산금이 붙든말든 내지 않고 있다. 결국 꿩 잡는 매가 아니라, 닭쫓던 강아지가 되겠지만,

나는 비뚤어지고만다.

범칙금이 문제가 아니라 일 년 동안 주행거리가 없으면, 보험료 일부를 돌려줘야 맞는게 아닐까. 물론 병아리 눈물만큼  할증료 계산이 되기는  하지만, 만족도에는 못미친다. 합리적인 미국의 제도가 옳다는 생각이다.


AZ와 하루 초과 범칙금으로 스트레스 받은 날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