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진 Oct 16. 2021

청귤청 담기


제주도 서귀포 농장에서 감귤 한 상자가 도착했다. 택배 언박싱은 언제나 행복한 걸 보면, 나도 참 세속적이긴 하다. 좀 더 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간적이라고 해도 될까.

분주히 상자를 열고보니 완전 청귤이다. 이 청귤이 노랗게 웃으며 내 입맛을 당겨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약간 실망스럽다. 택배 상자를 밀어 놓고 리모컨을 누르니, 편스토랑에서 청귤청 담는 광경이 나온다.

옳다구나! 나도 저 귤을 청을 담아야겠다 해서 작업이 시작되었다.

청귤청 담는 법을 공개한다.


일단 귤을 베이킹소다에 10분간 담궜다 씻고 다시 식초에 10분 정도 담궜다 완전 뽀득뽀득할 때까지 씻어낸다.



담을 유리 항아리를 소독하여 말리고, 감귤을 키친타올로 보송하게 닦아주었다. 

바로 유리병에 넣으면 골고루 절여지지 않으니 일단 큰 볼에 썰어 넣어서 설탕을 켜켜이 뿌려준다.



한번 뒤집어 주고 어느 정도 물이 생기면 유리방에 차곡차곡 넣어준다.



어제 담아 둔 청귤청을 오늘 꺼내서 칵텔 한 잔 만들었다.

집에 키우는 애플민트와 바질 한 잎씩 따 넣었다. 사이다를 넣으면 좋은데, 집에 없어서 고량주 한 잔 넣었다.




코를 들이밀고 향을 맡으니, 오성급 호텔 레스토랑에 온 기분이다. 

건더기 하나 건져서  입에 넣었더니 달콤하고 향긋하여 새가되어 날아가고 싶다. 

쥬스 한 모금 마시니 그 독한 고량주가 달콤한 샴페인 맛으로 변했다.


귤 꽁데기 부분 남은 것은 차를 만들었다.

달여서 꿀 한숟갈 넣었더니  아주 진한 향을 뿜는다. 오던 감기도 도망갈 것 같은 기분이다.



이 가을 초대하고 싶은 지기가 미어캣처럼 마구마구 고개를 내밀지만, 이 거리두기 시점에 어찌할 것인가. 


하루 빨리 위드 코로나가 되기를 기다린다. 

작가의 이전글 재미의 발견(희망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