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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Feb 25. 2022

품바와 티몬


  품바와 티몬

     

   거칠거칠 허스키한 가수에게 풍덩 빠졌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2를 시청하면서다. 33번을 달고 나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가수라고 소개했다. 1라운드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불렀다. 역설과 절제의 한 가운데서 조심스레 발을 떼다가, 휘몰아치는 태풍과 거센 파도가 몰려오는 듯이 포효한다. 그의  마력에 숨을 쉴 수 없다. 재질이 명창이고 클래스가 세계적인데, 재야에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 의심스럽다.

  “어, 저 친구 좀 남다른 데가 있어. 나의 원 픽이다.”

묵직하게 쿵 밀어버리는 울림이 내 영혼을 마구 흔들어댄다. 그 동영상이 백만 뷰 돌파했다고 한다.


  그가 세미파이널에서 김기태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본인 노래 ‘우연처럼 인연처럼 운명처럼’이란 곡을 불렀다.      

  『나 우연처럼 그댈 만나서

  우리 인연이 되고

  운명처럼 사랑이 되었죠  

         ~~~~~』

     

  첫 소절부터 노랫말도 곡도 짙은 감성이 묻어난다. 대결자로 서기란 맑은 감성을 가진 여리고 앳된 가수가 나오니 심사위원들이 놀라서 들썩인다.

  그동안 김기태의 무대를 보고 킹콩이 뜨개질 하는 것처럼 섬세하다던 심사위원이 또

“품바와 티몬의 대결을 어떻게 심사할 것이냐?”

고 해서 무릎을 쳤다.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이다.

그를 품바에 비유하다니, 절묘하여 두 발로 마루를 구른다.

  품바는 순진하다. 잘 속는다. 품바의 사전적 해석은 장터나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며 공연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반대로 티몬은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볕뉘 같은 캐릭터다. 부피로는 조그마하고, 굳이색을 따지자면 따사롭게 노랗다고나  할까.

  ‘티몬과 품바’라는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어 회자하는 화두가 많다.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는 낙천적이고 코믹한 행동으로 인해 멋진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형제들의 특성을 빗대어 품바와 티몬이라고도 한다.


  킹콩은 세미파이널에서 고 김광석의 ‘그날들’을 선곡했다. 목소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생채기 난 가슴을 사금파리로 긁어 대는 시원함이 있다. 거친데 따뜻하고 정직한데 배려하는 듯 결핍에 시달리는 목마름에 한 줄기 분수가 되어 준다. 그의 노래를 들을 때는 창밖에 눈이라도 내리면 금상첨화겠다. 쓰고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이 있으면 더 좋겠다.  솔직히 고백해서 대리만족이라고 해도될까. 대중가요라고는 두만강 푸른 물 밖에 모르는 사람과 살았으니.


  한참 심박 수를 높이고 있는데, 심사평도 압권이다. 힘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감성과 자기만의 모양으로 엄청 난 몰입을 보였다며 칭찬 일색이다.

  당연히 결승에 올랐고, 나는 여전히 킹콩 앓이 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날들’ 동영상을 본다. ‘그날들’은 이제 나도 한 마이크 할 것 같다.

  티몬과 품바의 피겨(Figure)도 사고 싶다. 손녀가 보면, 자기 선물인 줄 알겠지. 이 나이에 이런 덕 질을 하게 될 줄이야.     

  다양한 화소가 깜박이는 액정에 우승기원을 싣는다. 천둥벌거숭이 한 표나 삶에 익어가는 짠한 한표나 무게는 같다지 아마~~~.



  우리 품바는 본인 희망대로 삶을 이야기하는 가수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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