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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Mar 15. 2022

봄동의 계절

 봄동의 계절


산책을 하다니 택배 도착 문자가 왔다. 인터넷으로 남해 봄동을 주문한 것이다.  대표적 봄 채소 봄동은 겨울에 노지에서 재배된 배추다. 추운 날씨 때문에 속이 차지 못하고 잎이 옆으로 퍼져 있지만, 봄철 입맛을 되돌리기엔 아주 적격이다.  언니 집으로 가서 반으로 나누고 서로 눈이 반짝하니, 언니는 벌써 부침가루 반죽을 하고 있다. 


 

일사천리로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에 푸른 잎을 앞뒤로 적셔서 얹고는 돌아서서 슬몃 웃는다. 



   보기엔 잎이 두껍고 투박해 보이는데, 단맛이 강하고 식감이 연하고 부드럽다. 큼직한 한 포기를 다 부쳐서 와인을 곁들여 둘이서 달콤한 봄을 씹는다. 


"뭐, 인생 별 거 있어? "


  각자 배당된 한 접시를 뚝딱 해 치운다. 




이제 또 양념장을 만들어서 겉절이도 해야지. 멸치 육수에 듬성 듬성 봄동 잎을 뜯어 넣고 된장국도 끓여야지. 무를 채쳐서 무밥을 한 다음 봄동 겉절이에 봄동 된장국을 넣고 봄을 쓱쓱 비벼야겠다. 

개나리 진달래 보다 봄동이 먼저 찾아와서 두 집을 행복하게 한다.

바야흐로 봄동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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