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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ul 03. 2022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장마가 그치고 해가 쨍하고 나타난 날 임진각에 가기로 했다. 배달의 민족을 지나 이젠 문화의 민족이다. 왕십리역 4-1 승강장에서 경의선 중앙선 열차를 타서 옥수역 4-1에서 일행을 맞는다.  대곡역에서 4-1에서 대기한 일행도 창문에 하이파이브를 하고 합류하니 더욱 반갑다. 바야흐로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문화민족에 손색이 없다.


팥죽 관광


  그곳 지리에 밝은 선배가 문산역앞 먹자 골목에 팥죽 옹심이를 사 준다고 안내한다. 손님이 바글바글한 6개의 테이블이 차고 넘친다. 옹심이가 투명 유리 보관함에 가득 전시되어 있다. 에피타이저로 보리비빔밥이 나오는데, 열무 어린 잎과 상추가 갓 따온 것처럼 싱싱하다. 질감이 안동포처럼 도탑고 빳빳하다. 어린 열무가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다. 비빔 소스도 무엇인지 맛이 일품이다. 잇달아 팥죽이 나오는데, 냉면 그릇 한 가득 찰찰 넘치게 나오니 저 많은 걸 어떻게 다 먹을 수가 있을까. 우리 넷은 고민하다, 두 그릇은 포장하고 두 그릇을 나눠서 먹었다. 오늘은 점심 저녁 모두 팥죽이다. 유년에 어머니가 걸핏하면 찹쌀 옹심이를 넣은 미역국을 자주 만들어 주셨기에 옹심이를 좋아한다. 팥죽 두 그릇을 포장하여 들고  임진각을 향해 택시를 탔다.


평화 누리공원


장마뒤라 올해들어 가장 기온이 높은 날이다. 분단의 현실을 느낄수 있는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 들어서니, 사슴 모습의 조형물이 반긴다. 재료는 버려진 양은 냄비와 스테인리스다.


맞은편 연못에 무지개같은 구조물이 있어 관심이 간다.


나무밑 그늘 벤치를 찾아 다리 쉼을 하며 바라보는 바람의 언덕에 바람개비가 시원하게 돌아가고 있다.


바람의 동산 위에 <통일 부르기>란 이름의 작품이 길게 늘어섰다. 철근과 대나무로 만든 4개의 큰 구조물이다.

2007년 최평곤 작가의 작품으로 통일을 향한 나지막하면서 강렬한 호소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키가 점점 커지는 형상이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모습으로 보인다.



임진각 풍경


임진각  망배단에 서니 숙연해진다. 실향민들이 제를 지내는 곳이다.


  실향민 못지않게 마음에 상처를 가진 우리 일행이다. 해방이 되고 한국 전쟁이 났을때 좌우로 갈라진 민심이 같은 마을 사람끼리 총부리를 겨누던 때다.

  천상병 시인이 명동 모 백화점 앞에서 서울대 동기생에게 막걸리 값 몇푼 받은 사실로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었었다. 모진 고문을 받은 후유증으로 행려병자가 되어 기저귀를 차고 여생을 보낸 것처럼, 우리 동네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청장년층 지식인이 꽤 많았는데, 좌익 옷고름만 스쳐도 묶어놓고 총살을 일삼아 희생된 분이 여럿 계신다. 필자도 망배단앞에서 평정심을 찾을 수 없다. 전쟁 후 매일 시장통 어떤 사나이가 찾아와 백부님 목숨과 바꿨다며 백부님 필적을 들고 와서 밭 몇 마지기를 달라고 주장해서 뺏긴 적이 있다. 지금같았으면, 법에 호소라도 해 볼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연좌죄가 있어 기가 죽어 지내던 시절이니 별 도리가 없었으리라. 목이 메이고 가슴이 쓰라리지만, 어쩔것인가.  얼른 자리를 떠서 <평화의 노래비>로 향했다. 설운도의 노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의 노래비다.



돌아서 내려가니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소녀상이 있다.




독개다리 입구에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가 있다. 한국 전쟁 중 탈선하여 방치되었다가 2004년 증거물로 보존하기 위해 옮긴거다.


    독개 다리는 시간이 경과되어 못 들어가게 되었다. 기관차에 1000여발의 총알 자국만 보고 한탄한다.                



  총알 자국을 보면서 도대체 동족끼리 꼭 이렇게 싸워야만 했을까. 그놈의 권력이 무엇이길래, 이념이 무엇이길래 이런 비극을 자초하는지 알 길이 없다. 이 지구상에 전쟁이 없는 세상은 과연 올 수 없을까. 하늘을 올려다 보니 무명저고리 같고 목화솜같은 새털구름이 유유히 떠있는데, 우리는 왜 어째서 반으로 갈라져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이 평화로운 구름을 북녘에서도 보고 있을까?




지구 저 편에서 오늘도 전쟁의 상흔으로 신음하는 백성들에게 신의 가호가 내리길 희망한다.  아울러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고 공헌한 우리 국가 유공자의 숭고한 나라 사랑 정신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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