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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Sep 25. 2022

구월의 강릉을 찾아서

문학 동인 글마루에서 강릉 일대를 둘러보는 일박이일 문학 기행을 떠나는 날이다. 옥계 한국여성수련원에서 숙박하고. 회의실에서 회의도 하고 출판기념회도 할 예정이다. 우리의 리더가 준비한 떡과 각종 간식거리가 푸짐하다. 커피는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에다 모카 골드까지 골라잡아 드시라는 배려가 넉넉하다.

우리 일행을 실은 버스는 사당역을 출발하여 강릉으로 드라이브를 건다.


한글 소설로서 그 당시 서얼의 설움과 박해를 성토한 홍길동전 저자인 허균과 그의 누나인 허난설헌 기념관에 도착하였다.

기념관 앞에 휠체어와 유모차 보관소가 있어서 선진국에 훌쩍 다가선 배려의 모습을 보았다. 바닥이 정갈하여 특유의 나무 냄새와 솔향으로 상쾌하다. 평화로운 가을 하늘 구름이 객들의 마음을 안아 주듯 포근하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口)자 집으로 추녀에 페튜니아 화분을 일렬로 걸어 놓아서 정성이 엿보인다. 어느 방에서나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설계가 돋보인다.



내부에는 오누이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DNA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두 분이다. 파리의 뒤를 쫓아 다니기보다 꿀벌의 뒤를 쫓으면 꽃밭을 함께 노닐게 될 것이라는 말과 같이 후천적인 환경도 있겠지만, 여러 남매가 모두 문학과 예술에 능하셨다니 선천적인 재능을 확인하게 된다. 홍길동전을 읽고 허균이 서얼인 줄 아는 이가 많은데, 허균의 스승이 서자여서 과거시험도 볼 자격이 안 됨을 애달피 여겨서 쓴 소설이지 허균 자신이 서자는 아니다.


한글로 쓴 홍길동전 일부와 그의 작품들이다.


다음으로 강릉시 죽현동에 있는 율곡 이이가 태어난 집 오죽헌을 둘러본다. 어머니 신사임당은 오만 원권, 율곡 이이는 오천 원권 화폐에 등장하신다. 모자분이 모두 화폐에 등장하시니 참 대단한 가문이다. 보물 제165호다. 검은 대나무가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오죽헌이라고 한다. 검은 대나무를 살펴보며, 뒷산 참나무가 우거진 고향집 일성당을 잠시 떠올린다.



입구에 들어서자 베고니아꽃이 아기똥하게 고개를 들고 인사한다. 율곡과 신사임당의 겸손하지만, 결기가 있는 성품을 나타낸 듯 빳빳하다. 우연의 일치일까 베고니아 심은 뜻은?

그 시대 굴뚝 문화가 돋보여 한 컷 보탠다. 굴뚝이 집 제일 높은 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낮게 드리워졌다.

이 집 모양은 조선 중기 사대부 주택에 많이 나타나는 별당과 평면 형식이 같다.


오죽헌을 나와 한국여성수련원으로 향했다. 낙조가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낸다.

수련원 고창열 원장실에서 차와 쥬스를 대접받았다. 원장님이 시인이시라 가능한 일이다. 여성 수련원에 대한 연혁과 운영 내용을 듣고 선물까지 푸짐하게 받았다. 만찬은 우리의 리더인 회장님이 사 준다는 횟집에 가서 모둠회와 전복 멍게 해삼 문어 등 갖가지 회를 섭렵했다. 특히 뉴욕에서 온 변 시인이 멍게가 그리웠다며 감격한다. 아예 한 접시 따로 주문해 드렸더니, 아주 잘 드셔서 보람찼다.  

회의실에서 [소리 화가]란 시집을 출간하신 변정숙 시인의 출판기념회 겸 환영회를 개최했다. 결혼 후 1년 뒤 한국을 떠났으니,  감회가 새롭지 않으실까 해서 더욱 뭉클하다.



방 배정을 받고 들어와 보니 기대하지 않았던 월풀 욕조까지 구비되어 있어 기분 좋다. 오랜만의 호사다. 어떤 이는 코골이가 심해 밤새 도레미나 솔파시를 넘나든다는데, 우리 둘은 숨소리도 안 내는 요조숙녀다. 룸메이트를 잘 만나 꿀잠 자고 가볍게 일어난다. 일출 시각이 6시 13분이라 우린 6시에 바다로 나갔다. 그믐달이 그대로 버티고 계시는데, 하늘은 점점 붉게 밀고 올라오니 필자를 숙연하게 한다.

룸메이트와 사무총장님이신 교장선생님과 바다 산책을 끝내고 솔숲을 걷기로 했다. 아침 햇살이 비껴 비추는 숲의 모습이 장관이다.


우리는 정동진으로 향했다. 일단 뉴욕 변 시인이 한 턱 내신다는 해물 순두부 백반을 조찬으로 대만족을 하고 바닷가로 돌진해서 아이처럼 달뜨기 시작한다.

정동진 찻집에서 달달한 아포가토로 기분을 업 시키고, 백일홍 축제장으로 이동했다. 토요일이라 예정된 안반데기는 큰 차를 돌릴 수 없다고 해서 계획을 선회했다. 수천 평 규모의 백일홍 단지를 눈에 넣으며, 쌀을 심지 않고 꽃을 심는 문화의 여유로움이 푸근하다.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나 할까.

 뭉게구름 새털구름 유유히 떠도는 하늘 높은 날, 객들의 마음도 빨간 고추잠자리처럼 가볍게 날아오른다.  일박이일의 일정을 마치고 여운이 남아 강릉의 꽃과 열매에 마지막 눈맞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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