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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Oct 09. 2022

단양팔경을 접수하다

             단양 팔경을 접수하다


오늘은 단양 팔경을 접수하는 날이다. 일행 넷은 청량리역에서 시간 전에 도착하여 찻집에서 아아와 뜨아를 사 들고 광장으로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여행이란 가기 전부터 설레고 행복하다. KTX는 단양까지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단양역 안내 데스크에서 친절한 안내를 받고 짐을 맡기고 도담산봉으로 택시를 돌렸다.

물 위에 사뿐히 드러나 있는 세개의 봉우리는 단양 팔경 중 하나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장군봉이라 하고 북쪽 봉우리는 처봉, 남쪽 봉우리는 첩봉이라고 한단다.

설화에 의하면, 정선군에 있는 삼봉산이 홍수 때 떠내려오면서 정선에서 단양에 해마다 세금을 내라고 하니,

어린 소년 정도전이 우리가 물길이 막혀 피해를 보니 도로 가져가라고 해서 세금 분쟁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 후 정도전은 삼봉을 사랑하여 자신의 호도 '삼봉'이라고 했단다.

모터보트, 유람선이 운행 중이고 지상에는 마차가 다니는데, 말이 좀 지저분한 것이 흠이다. 아마 공짜로 타라해도 안 탈 것 같다. 마차는 일단 사양!


다음은 자연이 만든 기막히게 경치가 아름다운 석문 입구에 도착했다.

 

가파른 데크길에 놀라 반쯤 가다 정자에서 포기하려 했는데, 돌아오는 여행객들이 기막힌 포토 스팟이 있다고 안가면 두고두고 후회한다고 부추겨서 모두 올라갔다. 과연 바위가 굴처럼 만들어 논 뷰가 시원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환호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고 흥분해서 소녀가되어 겅중거리다가  아쉬움을 남기고 내려 온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박목월 선생님의 시 <나그네>를 한 자 한 자 새겨서 펼쳐놓은 것이 이색적이다.


강나루 건너서 / 밀밭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목월 선생님은 필자가 결혼할 때 주례를 서 주신 분이라 아주 특별하다. 시를 하나 하나 읽어 내려가며 뭉클하다.


석문을 나온 뒤 택시 기사님이 고수동굴에 데려다 주셨다. 볼 만하다며 여기서 우리 숙소가 걸어서 가도 되니, 가다가 구경시장도 들려서 가라고 친절을 베푸신다.


표를 사서 입장하려니, 안내원이 문 닫을 시간도 가깝고 굉장히 위험하니, 어르신들이 가기엔 부적절하다고 말리는 추세다. 가다가 후회스럽다고 되돌아올 수 없는 시스템이라 끝까지 가야 나올 수 있단다. 여기서 적극파와 소심파의 충돌이 생길까 아슬아슬했다. 유구무언이라더니 입 꾹 다물고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결국 들어가지 않기로 결론이 나서 환불조치하고 구경시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윤기 자르르한 알밤도 줍고 긴 다리를 건너 구경시장에 도착했다. 단양 팔경에다 구경시장 일경을 더 얹어 단양 구경이라 한단다.

 


단양 마늘이 유명하다고 특산품이 모두 마늘이 들어간다. 올갱이탕 집이 있어서 들어갔더니, 올갱이가 귀해서 올갱이가 많이 못 들어간다고 하더니 진짜 올갱이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알아들어야 하는데, 굳이 올갱이를 시킨 우리가 센스가 없었던 거다. 바가지 된통 쓰고 맛없는 식사 후 골목에 들어가서 수수부꾸미 한 팩 사고 보라색 피땅콩 만원어치 사고, 유명하다는 단양 사과 만원어치가 너무 많아  오천원어치만 사서 숙소로 왔다. 저녁에 수수부꾸미와 땅콩 삶아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동안 광장 시장에 못 나가 수수부꾸미가 그리웠는데, 소원 성취했다. 친절하게도 사장님이 수수부꾸미 한 개를 더 얹어주었는데, 결국 남겼다.


아침에 아예 체크 아웃해서 짐만 맡기고 장미정원과 잔도길을 걸어서 스카이워크를 가기 위해 나섰다. 강줄기를 따라 장미 정원을 걷는다. 지방차지체라 관광객 유치에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반딧불이가 유명한지는 모르겠으나, 좀 유치한 듯도 하고 차라리 꽃으로 무리를 지어서 거기에 기생하는 반딧불이를 사이사이 장식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차! 단양군청 공무원이 싫어할 수 있으니 그만! 그들의 노력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특히 연보라 중보라 진보라 섞은 라벤더를 조성해 놓은 곳은 객의 마음을 적신다. 보라가 얼마나 색감이 다정한지 다소 차가울 수 있는 보랏빛이 따스한 살구빛 착시를 일으킨다.


남한강 줄기를 따라 강변을 길게 데크로 장식한 <잔도>를 걷는다. 강바람에 가슴이 확 터지고, 주변 경관에 가슴 부풀어 걷는 다리가 더욱 가볍다.


스카이 워크에 도착하니 짚라인과 모노레일 타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짚라인과 패러글라이딩 하던 때가 언제였든가. 세월앞에 장사 없다더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 옛날이여!!


위 홍보 사진처럼 경사 심하지 않게 데크길을 만들어 놓은 스카이 워크를 걸어 올라갔다. 꼭대기에 도착하니 뻥 뚫린 하늘과 단양강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올 수가 없다. 허파꽈리가 터질 것 같다. 꼭대기에 유리판을 밟고 나가 사진을 찍으라는데, 뱃속이 새콤거려 나갈수가 없지 않는가. 그러나, 언니들이 용감하게 나가서 손을 흔드는데 어찌 새콤한 배만 탓하랴! 주춤주춤 더듬더듬 나가다 보니 어느덧 끝이다. 나가 보니 별것도 아니다. 두 팔 벌려 인증샷 남기고 보람차게 돌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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