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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Oct 23. 2022

제주 천연기념물 비자림


  제주 천연기념물 비자림     

                                                                                                                                                                                                                               

   비자나무 군락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숲인 제주 비자림에 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문화재청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이 가을에는 실내 박물관이나 액티비티한 체험은 패스하기로 한다.

단풍빛과 바다 비취빛이 유혹하는 대자연이 있지않은가.


     

  숲과 비자의 향이 어우러져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다. 평지를 걸으며 피톤치드와 더불어 맑디맑은 산소를 허파꽈리가 터질 듯 흡입하며 안정을 찾는다. 화산 송이로 덮여 있는 붉은 산책로를 밟는 촉감이 폭신하다. 화산 송이는 탈취 항균 효과도 있다니, 더욱 샛맑고 상쾌하다. 어느덧 숲의 캡슐에 담긴 착각에 건강에 자신이 생긴다.

     

500년~800년 된 비자나무가 2,500그루 이상 심어져 있다고 한다. 약 백 년 전에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았다는 생명력에 놀란다. 오래전에 지독한 화상을 입은 어떤 박사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로지 살겠다는 의지 하나로 고통을 감수하고 이겨 낸 그분의 모습이다.  비록 한그루의 식물이지만, 잎을 피워 광합성을하고  칡넝쿨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태고의 숲에 들어 온 듯하고 영화 쥐라기 공원 같아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사람이 스필버그 감독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든다. 연리지 나무가 여럿 보이고 인간 세상을 많이 닮은 모습이 눈에 띈다.  

  아름드리나무가 긴 세월 상처를 입어 몸통을 베어 낸 그 자리에 다른 종의 줄기 식물에 양식을 주는 상생을 보니, 뿌듯하고도 눈물겹다. 덩쿨 식물이 너도나도 기어오르는 모습 보니, 이 나무의 습기와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는 생각에 깊은 사유에 빠진다. 그럼으로써 나무 겉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효과가 있으니 상부상조하는 아름다운 상생이다.

인간 세상에서 모진 고난을 겪은 사람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사람이 제2의 인생이라며 봉사와 희생의 삶을 사는 거룩함을 여기 고목이 또 가르치고 있다.


곳곳에 상처 입은 나무들이 몸통 반을 잘라내고도 의연히 잎을 피우고 꿋꿋이 선 걸 보면서, 장기를 하나씩 도려내고도 씩씩하게 살아내는 환자들이 와서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산책로는 숲이 우거져서 썬글라스나 썬 캡이 필요치않다. 숨골이라는 표시가 무엇인가 했더니, 지하로 스며든 빗물이 암석을 통과하는 동안 깨끗해져서 제주 삼다수를 만드는 과정중의 하나로 물길 공간을 어놓은 것이다.  흡사 작은 방공호같다고나할까. 그런곳을 숨골이라고 한다.


 중간에 물을 먹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서 혹시 약수가 아닐까 해서 한 컵씩 마셨다. 암석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서 시원하지는 않다.


우리 모든 국민이 부르는 가곡 碑木의 표지판이 있어서 관심이 간다. 그 나무인가 했더니, 발음이 같을 뿐 관련이 있는 나무는 아니다.

'초연이 쓸고 간 긴 세월로 깊은 계곡 양지 녘에/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학창 시절에 많이 부르던 노래라 반갑고 정겹다.

비자림에서 상생의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마음이 아픈 분들이 오셔서 치유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몸이 아픈 분도 한 시간  정도 걸리니, 충분히 붉은 산책로를 걸으며 힐링 할 수 있다. 휠체어가 충분히 다닐수 있는 길이다.  출구에 흙과 먼지를 씻어낼수 있는 기계가 있어 편리하다. 제주도 여행 중 가장 뭉클한 감동을 받아 여운이 길게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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