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까지 일곱 가구가 살았다는 섬이 지금은 무인도가 되었다는 차귀도에 간다. 옛날 ‘호종단’이라는 중국 사람이 제주도가 장차 중국에 대항할 형상을 지녔다 하여 이 섬의 지맥과 수맥을 끊으려 하자 배가 뒤집히며 천재지변이 일어나 배가 돌아가는 것을 차단했다고 해서 차귀도라고 한단다.
필자의 고향 집 뒤에도 엉고개라는 고개가 생긴 유래가 기막힌다. 우리집은 옥녀봉에서 반월산까지 야트막한 산이 빙 둘러쳐진 배산의 터였다. 듣기로는 중국 명나라 이여송이 그 산세가 큰 인물이 날 자리라고 해서 산을 파헤쳐 혈을 잘라 버려서 고개가 생겼다고 한다. 옛날부터 중국인들은 풍수지리에 대단한 집착을 한 것 같다. 지금도 그 고개로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낚시터로 유명해서 관광객보다 낚시꾼이 더 많다. 참돔, 돌돔, 벵에돔, 등이 잡힌다고 귀동냥으로 알게 되었다.
예약한 객이 많아서 세 시간을 기다려야 여객선을 타고 섬에 들어 갈 수 있다. 우리는 해변을 한 바퀴 돌고 바닷가로 내려가 자리를 깔고 앉아 파도 멍을 하다가, 파도 여울의 음률에 취해 주체할 수 없는 아이가 되기도 하였다. 부두에는 오징어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구워주는 오징어 한 마리가 7,000원이다. 비교적 비싼 편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음양의 조화를 이룬 돌들이 누워 있어서 자연의 야릇함을 느낀다. 남근 모양의 돌 옆에는 반드시 음의 성기 모양이 있다. 여러 개를 발견하면서 파도에 휩쓸리면서 우연의 일치인지 알 길이 없지만, 묘한 이치에 고개를 갸웃해 본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런치 노마드가 되어 먹자골목을 기웃거리다 갈치조림을 선택했다. 휴대폰보다 더 크고 두꺼운 갈치에 무와 감자를 곁들인 조림이 올해 먹은 생선조림 중에 최고의 맛이다. 일행 모두 입을 모아 칭찬이다. 서울에선 이렇게 큰 갈치는 보지도 못했고 신선도는 비교할 수도 없다. 제주 무가 원래 유명하다지만, 아주 달작지근하다. 만족한 식사를 하고 두시 반이나 되어서 여객선을 탈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라 너무 아쉽게 도착했는데, 섬 투어가 그렇듯이 들어갈 때 이미 나올 시간이 정해진다. 우리에게 섬에 있을 시간이 1시간 10분이다.
일단 섬 정상에 올라가서 한 바퀴 돌면, 한 시간이 거의 소요된다고 한다. 올라가기가 힘든 것이 어디 산 뿐 이던가. 주식 시장에 주가 오르기는 하늘에 별 따기고, 학업 성적도 올리자면, 엄마의 잔소리가 몇옥타브나 올라야 하고, 출간한 책 판매 부수 올리기는 운수소관에 맡겨야 하지 않던가. 하지만, 이 섬은 적당하게 오를 만 하다.
정상에 서니 들풀이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풍광에 마음을 뺏긴다. 저 멀리 수평선과 작은 섬들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여기서 일박 하면서 일출과 일몰을 즐기면 참 좋겠다는 가슴속 속삭임을 듣는다. 곳곳 포토 스팟에는 일행을 부르는 소리로 소란스럽다. 자잘한 섬이 여러 개 있는데, 낚시꾼들이 거의 차지하고 있어 하나의 풍경이 된다.
돌아 나오는 유람선은 섬 한 바퀴를 돌며 차귀도의 역사와 유래를 설명해 준다. 파노라마로 찍으려고 각도를 잡아 보지만, 유리창이 지저분해서 흐리게 나온다.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각기 관광사업에 신경을 쓰지만, 유람선 유리를 좀 맑게 닦아 줄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섬에 들어갈 때는 20분도 안 걸려서 승선료 18,000원이 아깝더니, 나올 때는 섬을 한 바퀴 돌아 주니 만족이다. 원없이 파도 소리에 젖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