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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Oct 29. 2022

제주 한림공원에서


   야심차게 비양도를 추천했는데, 기후 관계로 배가 안 뜬다고 하니 무척 아쉬웠다. 바닷가에서 파도 멍만 하다가 우럭 매운탕으로 오찬을 하고 한림공원을 찾았다. 주차장에 다달으니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이 참 평화롭다.

수학여행 온 학생이 많아서 좀 소란스럽긴해도 키 큰 야자수와 오밀조밀 꽃대궐에 눈이 호사를 한다. 나무 배치도 과학과 예술을 겸비한 순서다. 신비한 아열대 식물의 아우라에 놀라고, 진한 초록의 아우성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계절따라 꽃을 분배해서 가을이라 코스모스가 곳곳에 카핏처럼 깔려 있다. 키 큰 나무 밑에서 납작하게 엎드려 '나를 봐주세요' 하는 코스모스가 앙증맞지만, 장하다. 작아도 자기 본분을 다하고 있다. 그 큰 나무에 밀리지 않는다. 모두 코스모스에다 셔터를 갖다 대니까.

관람 길을 잘 표시해 둔 사이 통로에는 수련을 잘 키운 수반이 눈길을 끈다. 관람객 모두 찰칵 찰칵 관심을 준다. 이름의 뜻이 '연꽃향기'인 내가 지나칠 리가 없다. 멋있게 찍어 주려고 각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다래, 키위, 청귤같은 보기 힘 든 열매를 보자 반갑고 호기심에 눈맞춤을 오래 한다. 기후 이상 현상으로 육지에도 키위를 키운다고 하던데, 아직 보지 못했으므로 주렁주렁 달린 아열대 과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편이 특히 좋아하던 파파야가 빼곡히 달린 모습이 정겨웠고 반갑다. 맛은 별로 없지만, 인체에 꼭 필요하지만 인체에서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천사의 과일'이라고 했으니 귀히 여겼다. 열대 과일 중 가장 중요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수입과일업체에 주문해서 먹던 파파야가 바야흐로 내나라 안동이 주 재배지가 되었다는 소식이 반갑다.  이렇게 유익한 파파야를 쉽게 구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공원 산책하면서 너무도 잘 가꿔진 나무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열을 맞추고 키를 맞추고 바람길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칭찬할 만하다.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는 곳이다. 제주 여행객은 한 번쯤 가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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