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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Oct 29. 2022

오멍가멍 올레길에서 족욕하는 횡재



 오멍가멍 올레길에서 족욕하는 횡재   


도두봉 장안사에서 용두암까지 이어지는 해안 도로를 걷기 시작한다. 친절하게도 오멍가멍 올레길 리본과 팻말이 곳곳에 매달려 있고 방향 표시도 잘 되어 있다. 휠체어 길 안내도 있다.  

    


한참 걷다가 바닷가에 원형으로 돌담이 쌓여있는 집터 같은 곳으로 내려가 봤더니,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횡재를 한다. 옛날 빨래터 같기도 하고, 해녀 탈의실 같기도 하고, 염전이었던 같기도 하지만 알 수가 없다.

맑은 물이 샘솟고, 족욕 하기 딱 좋은 시스템이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말을 벗기 시작한다. 이 시월 하순에 있을법한 일인가. 하지만,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차가웠지만, 차츰 발이 시리지 않고 담글 만 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직사각형 구조물 턱에 앉아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사과를 꺼내 먹으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물이 너무 맑아 족욕하는 일행)


개운하게 족욕을 끝낸 우리는 기분이 좋아져 흥얼거리며 사방을 둘러보니 바로 건너편 건물 이층에 '제주 흑돼지 전문집'이 있어서 우르르 들어갔다. 반찬이 셀프인데, 노오란 배추를 쫑쫑 썰어서 겉절이를 한 것이 고소해서 몇 번씩 날라다 먹었다. 그동안 외식만 하다 보니 채소를 많이 먹지 못 한 결과다. 제주 무가 유명한 줄은 알지만, 배추도 아주 고소하다. 초벌구이 해서 내 온 흑돼지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멜젓이 끓기도 전에 젓가락이 바쁘다. 써빙하는 직원이 유난히 친절하다. 고기 굽는 솜씨도 가히 일품이다. 한 점도 타지 않게 노릿노릿 굽는 솜씨가 잘 숙달된 직원이다. 흑돼지 구이를 멜젓에 푹 찍어서 먹는 그 맛을 잊지 못하여 레시피를 찾아보는데, 유레카! “오뚜기 삼겹살 제주 멜젓 소스‘가 시판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족발을 찍어 먹어도 좋고 된장찌개에 넣어도 좋다고 한다. 일석이조다. 맛있는 것 먹고, 멜젓 소스 정보도 알았으니까.  

   

(흑돼지 고기 먹은 집)


포만감에 걷지는 못하고 택시를 불러서 용두암으로 향했다. 달리는 차안에서 내다보니 갈매기들이 바위섬에 옹기종기 앉은 모습이 이채롭다. 유리창 하나를 거치니 바다색이 완전 하늘색이다. 해녀들이 물질하는 풍경도 보인다. 바닷물이라 안 추운지 아니면 단련이 되어서 안 추운지 모르겠지만, 안쓰러운 마음은 어쩔수 없다.

(바위섬에 앉은 갈매기들)
(물질하는 해녀들)

용두암 바로 옆에서는 멍게와 소라 파는 해녀들과 여행객들이 군데군데 앉아서 회를 즐기고 있다. 금방 잡은 멍게 맛을 보고 싶은데, 포만감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아차차! 나중에 된장찌개에 밥만 말아 먹지 않았어도 멍게 맛을 보는 건데….   

  

(해녀들이 금방 잡은 멍게와 소라를 팔고 있다)

숙소에 와서 따끈한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본 일몰이 아름답다.

(제주 공항에 도착할 즈음 택시안에서 찍은 일몰)


굿바이, 에브리 원! 굿바이,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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