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 여행기

다자와 호수와 다츠코상

by 소봉 이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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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을 여행하며 시야를 넓히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오늘은 아이리스 촬영지로 유명한 다자와 호수에 왔다. 아이리스에 나온 주연 남녀 배우도 멋있었지만, 그 배경인 이 호수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아키타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다자와 호수는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호수이다. 이 호수는 겨울이 돼도 절대 얼지 않는 데 대한 아름다운 전설이 있다. 이즈음 관광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스토리텔링이듯이, 호수의 전설과 드라마 촬영지라는 카피라이트로 사람을 불러 모은다.

다자와 호수에 금빛 찬란한 다츠코상이 눈을 담뿍 뒤집어쓴 채 처연하게 서 있다. 얼굴과 몸매가 아름다운 다츠코히메는 그 젊음과 미모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관음보살에게 정성으로 기도를 했다. 신의 계시(啓示)로 샘물을 먹은 다치코히메는 거대한 용의 모습으로 변하여 슬피 울었다. 이 눈물이 흘러 호수가 되었으며, 사랑하던 다로까지 호수로 유인해서 결혼하게 된다. 지금도 다로가 매년 다츠코 곁을 지키기 때문에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이 다자와의 풍경을 더욱더 신비롭게 한다.

다츠코상의 슬픈 전설은‘삼천갑자 동방석’이 젊어지려고 너무 많이 굴러서 아기가 되었다는 우리의 전설과 맥을 같이 한다. 모든 일에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잠언이기도 하다.



다츠코상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신사(浮木神社)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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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와 호수에 사랑하던 남녀의 슬픈 전설이 있으므로 결혼과 연애를 총괄하는 신을 모신단다. 한쪽 벽면에 소원을 비는 부적과 쪽지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재미로 부적 하나 매달고 싶었으나, 시간이 일러서인지 가게를 열지 않아 아쉬웠다.

패키지여행이라 시간에 쫓기면서, 온천욕을 위해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츠루노유와 뉴토 온천 중 한 곳을 선택하라는데, 우리는 아이리스 촬영이 있었다는 츠루노유 온천으로 결정을 했다.

눈이 엄청나게 휘날리므로 버스 타이어에 체인을 감고 안전벨트를 몇 번씩 확인하고 눈 터널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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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라고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이 생각날 만큼 완전 겨울 왕국이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 행복지수 오르는 함성이 일제히 터져 나온다.

양쪽에 피어있는 눈꽃 행렬에 어느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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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윤중로 벚꽃 길이 연상되고, 디즈니랜드에서 세계 각국 인형을 보며 여기가 바로 천국이 아닐까 착각하던 시간도 떠오른다.

우리 일행은 갑자기 약속이나 한 듯이 눈꽃 잔치의 산속을 향해 “오겡끼데스까?”를 외쳤다. “와따시와 겡끼데스”라고 메아리가 가느다랗게 바이브레이션으로 돌아왔다. 센스 쟁이 길잡이가 돌아서서 마이크 장난을 한 거다. 눈꽃 바다에 웃음 파도가 들썩 철썩 요란하다.

한참 배를 잡고 웃다가 보니 내 안 어딘가에 숨어 있던 동심이 발동한다.

영화 러브스토리처럼 저 눈밭에 뛰어들어 넉장거리로 자빠져 보고 싶다.

다츠코히메의 슬픈 전설을 보고 오는 길에 이런 가당찮은 희망 사항을 꼽을 수 있다니,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숙소 냉장고에 사케를 한 병씩 무료로 넣어두었으니 저녁에 한 잔씩 하란다.

이곳 아키타 지방에는 엄청난 눈이 내리고 있으므로, 눈 녹은 맑은 물로농사지은쌀이 바로 우리가 가장 좋은 쌀이라고 하는 아키바레라고 한다.

그 좋은 아키바레 쌀로 빚은 술이 사케란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제 잡고, 어쨌거나 기발한 홍보 수단이다.

룸메이트와 기분 좋게 사케 마시며, 다치코상의 전설처럼 젊어지기를 기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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