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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un 05. 2023

경주 최부잣집 관람기

 아흔아홉 칸 고택 살펴보기


  오늘은 경주 최부자 고택을 가는 날이다. 경주역에서 탄 택시 안에서는 경주빵의 원조가 황남빵이다 아니다로 토론이 시시콜콜하다. 기사님이 좀 아는 척하는 부분이 있지만, 오늘은 여행 첫날 기분 좋은 날이니 눈 감아 준다. 일십오만 원을 내면, 하루 경주 시내를 완전 정복 시켜주겠다고 한다. 우린 다음 코스가 양남 주상절리라 최부잣집까지만 부탁하니 기대에 못미치는 눈치다.

  입구에 내리니 오른편에 '요석궁'이란 반가 한정식집이 으리으리하다. 겉으로만 봐도 음식값이 비쌀 것 같아 주눅이 든다. 그래도 옛날 반가의 한정식이라니 구미가 당겨서 자세히 보니, 자미  1인분이 69,000원이고 천미 1인분은 120,000원이다. 필자 같은 필부필부가 선뜻 들어서기에는 다소 부담이 된다. 그것도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다니, 꿈 깨고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해야겠다.



  다음은 '대몽제'라는 최씨 가문의 저온 숙성 가양주 교촌 도가가 있다. 진열된 항아리 속에서 술이 익어가고 있다. 항아리에 한지로 뚜껑을 만들어 아주 예스럽다. 경주시 광산구 평동에서 찹쌀을 직접 재배해서 숙성시킨다고 한다. 어쩐지 안동 소주보다 일본의 사케보다 훨씬 맛이 깊을 것 같다. 시음의 친절을 베푼다면, 한 병쯤 사줄 수도 있겠는데 아쉽다. 관광객의 이기적인 생각은 꾹꾹 눌러두어야겠지. 


  

흔히 경주 최부잣집이라고 불리는 고택은 1700년경 아흔아홉 칸으로 건립된 경주 최씨의 종가이다. 조선시대의 양반 집이 잘 보존되어 있으나, 사랑채와 별당은 불타고 주춧돌만 남았다. 조선 중기 무렵부터 12대 동안 만 석지기 재산을 지켰고, 9대에 걸쳐 진사(進士)를 배출하였다고 한다.


  최부자 고택은 우선 사랑채에 '용암고택(龍巖古宅)'과 '대우헌(大愚軒)'과 '둔차(鈍次)의 편액이  방마다 걸려 있다. 용암고택은 용의 정기가 스며드는 집이라는 뜻이고, 대우헌은 '크게 어리석다'는 뜻으로 독립운동가인 최준 공의 조부인 최만희 공의 아호이다. 사리사욕을 따지지 않는 공적인 헌신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둔차는 '재주가 둔하다'는 뜻으로 최준 공의 부친인 최헌식 공의 호이다. '둔한 2등'이라고 직역되며, 1등만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문구이다. 역대 선조의 호를 통하여 부자이지만, 겸손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사랑채 측면에 영어, 일어, 중국어, 한글로 새긴 네 개의 간판이 각각 걸려 있다. '육훈(六訓)'이라고 쓴 여섯 가지 행동 지침이다.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2.  만 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게 환원하라.

3.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4.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5.  주변 백 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

6.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사랑채 마루가 비교적 넓지 않은 걸 보니, 통나무를 쓰니 그렇게 긴 나무를 구하기 어려웠을 거란 생각에 이해가 된다.

정원 문화는 정원은 소박하고 후원이 훨씬 넓고 품격이 높다. 


                                                 (사랑채 정원)

                                                         (대청마루)

                                                         (안채 정원과 굴뚝)

                                               (안채 정원과 장독대)


                           (본채와 행랑채 사이 일광문)

                   (수채 구멍(물이 흘러 내려가는 길)

             (하수도같은 장치로 집안의 물이 집밖으로 나가는 물길)


                              (툇마루에 놓인 이 물건은 무엇인지 모름)

                                          (후원이 잘 꾸며져 있다)

(화장실인데 문이 잠겨 있어 내부를 볼 수 없다)



최부잣집에서 나오니, 큰 내가 흐르고 있으며 징검다리와 월정교가 운치를 더해 준다. 월정교는 야경이 멋지다는데, 다음 코스를 향해 아쉬움을 두고 카카오 티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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