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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un 07. 2023

경주 양남 부채꼴 주상절리

천연기념물(한국의 자연 유산)

  경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양남 주상절리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낡아서 털털거리기가 꼭 시골 고샅길의 경운기 같다. 그런데, 이게 웬일? 큰 산으로 올라가는 S자 길에서는 아우토반에서 무한질주를 하듯이 액셀을 밟아 댄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엉덩이 가 깨질 것같이 들까분다. 한 시간 반을 가야 한다는데, 산 중턱에서 벌써 멀미가 난다. over eat 할까 봐 아랫배를 부여잡고 눈을 질끈 감고 고통을 감내한다. 거지 디오게네스의 햇볕 타령 보다 더 절실한 게 하차다. 그러나 집도 절도 없는 이 깊은 산 속에 내려봐야 무섭기만 하겠다. '진퇴양난'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가 보다. 하기야 서울 시내에서 내 차를 운전하든지 아님 흔들림 없는 전철을 타고 다니던 내가 이런 길을 언제 다녀 보았겠는가. 시험 기간에 수학 정석을 베고 자면 그냥 꿀잠이었는데, 아무리 잠을 자려고 애를 써봐도 눈만 말똥말똥하여 우두망찰하니 기가 막힌다. 지독한 고생 끝에 주상절리에 닿아 바다를 바라보니 한결 가슴이 트인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들이켜고 싶으나, 주위를 둘러봐도 문을 연 커피집이 없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경주와 울산 해안 지역의 활발했던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기둥 모양의 바위틈이다. 지표로 분출한 용암이 식을 때 수축 작용에 의해 수직의 돌기둥 모양으로 갈라져서 생긴 틈을 말한다. 기둥의 형태가 주름치마, 부채꼴, 꽃봉오리 모양 등 다양하다. 일반적 절리는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발달한 데 반해 이곳은 수평 방향의 절리가 흔하고 부채꼴 모양으로 나타난 점이 특징이다. 이것은 용암 연못이 굳으면서 갈라진 흔적이라고 한다. 땅 위로 흐르는 용암이 물길을 따라 흐르다가 연못처럼 둥근 구덩이에 고이면, 용암이 식은 이후에 현재의 부채꼴과 같은 모양이 될 수 있다.



  부채꼴 옆에 누워있는 주상절리는 물길을 채웠던 용암이 식은 흔적이며, 통로 주변에 생긴 틈을 따라 스며든 용암이 식은 흔적이다.

 

위로 솟아서 부채꼴을 형성한 절리도 대단하다. 자로 잰 듯이 정확한 층을 이루며 형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바닷길 따라 펼쳐지는 장관은 주상절리 주변에도 이어진다. 몽돌 길, 야생화길, 등대길, 데크길 등 주상절리가 보이는 해안을 따라 산책하다 보니 해당화가 방긋 볼을 붉히며 아늘아늘 춤을 춘다. 바위와 파도가 이야기하는 것도 들리고 꽃의 숨소리도 들린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 저 멀리 외따로운 읍천항 등대를 바라보며 애인을 기다리는 섬 색시가 된다. 



  전망대 가는 길에는 출렁다리도 있다. 내려다 보는 바다가 완전 옥색이다. 소나무 그늘이 우리의 이마에서 흔들리고 있다. 전망대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사중이다. 올해 유월 말까지 공사 예정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본 주상절리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멀미의 영향인지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하룻밤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막내 체면에 스스러워 말을 삼킨다. 주상절리 부근에서 늦은 중식으로 아귀찜을 주문했다. 맵지도 않고 녹말 가루만 잔뜩 버무려서 조약돌 삶은 맛이다. 주중이라 다른 식당들이 아예 문을 열지 않은 탓이다. 가성비 완전 꽝이다. 오늘은 일정을 잘못 짠 관계로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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