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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ul 04. 2023

『하버드 22학번』을 읽고

천재들의 고뇌를 들여다보며


  하버드 22학번을 노리고 야망을 불태우던 구하비 학생의 자전적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열여섯의 나이에 명문 외고를 자퇴하고 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의 현실적인 타협에 분노하고 실망하여서다. 우리가 심심치 않게 신문 기사에서 학교 운영의 비리나 시험지 유출 사고를 접하지만, 이 사회에 때 묻지 않은 맑디맑은 영혼은 그 사실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퇴 후 평일 빈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이 다시 목적의식을 찾고 학교로 돌아가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결국 UC 버클리대학교에서 인지과학과 사회학 학사를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하버드대에서 발달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 대학은 입학 연도의 학번이지만, 아이비리그 학번은 졸업 연도가 학번이다.

구하비가 하버드 22학번의 학사가 되지 못한 것은 자퇴했기 때문에 추천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중학교 내에서 1등만 하던 수재들이 모인 특수 목적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고뇌는 한 인간으로서 한 부모로서 가슴이 아리다. 일반 고교에 진학했더라면 영웅 대접을 받을 성적인데, 수재들 사이에도 꼴찌는 있는 법.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1등만 하던 아이가 특수학교에 와서 꼴찌를 한 학생이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도 있다. 학교와 가정과 친구들이 그 정신력을 잘 보듬어 줘야 할 텐데 더 채찍질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숙사에서 12시에 소등을 하니 공동 화장실 변기에 앉아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다.

  배치고사 5등이 중간고사에서 하위권이라면, 야망에 불타던 학생은 온몸의 메커니즘이 정지되어 버린다. 선생님의 채찍질, 즉 자존심을 짓밟아 뭉개 버리려는 잔인함을 이겨내는 오기가 있어야 한다.

  수억 개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알파고를 이긴 인간 이세돌 같은 천재를 이렇게 거칠게 다루어야 할까.

  지금 당장 눕지 않으면 자신을 구성하는 분자들이 공중으로 모두 흩어져 버릴 것만 같다던 학생이 심기일전하여 기어이 1등을 하고 야망을 불태운다. 그러나 그 불을 꺼트린 선생의 비리가 우리의 천재 학생 하나를 잃어버리게 한다.


  합격 만능주의의 현대 사회를 향한 하버드 출신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

  공부는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일까.


  야망을 불태우는 수재들과 그 부모님들의 필독서다.

  자유롭고 높게 나는 새를 새장에 가두지 말고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게 해야 한다.

 

  주인공 구하비가 내 아들인 듯, 그의 구멍 난 가슴이 짠해서 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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