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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ul 05. 2023

솔깃한 알고리즘



                              솔깃한 알고리즘     

                                                       


   겨울옷 정리를 하고 여름옷을 꺼냈다. 지난해 구입 해 두고 입지 않은 베이지색 바지가 나온다. 배색을 맞춰 입을 만한 상의를 찾다가 인터넷에 ‘초콜릿 색 블라우스’를 검색해 보았다. 내가 찾는 색이 없어서 그만뒀는데, 다음 날 노트북을 켜니 브릭 색상 블라우스가 반짝이며 유혹하고 있다. 브릭 색이란 빨강과 갈색의 중간색이다. 소꿉놀이할 때 사금파리 빻아서 고추장 담던 색이다.

  지금은 별이 되신 어머니가 보셨다면, “똥색보다는 괜찮다.”라고 할 색이다. 늘 진달래색이나 치자색을 권하며 고운 색 옷을 입으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으시던 분이었으니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정확히 따져도 빨강의 지분이 반은 되니 어머니 말씀대로 누리끼리한 색보다는 좋아하실 것 같다.     

  사이즈도 딱 내 사이즈다. 목각 펜던트를 애용하는 나의 선호도에 맞춰 펜던트까지 깔 맞춤해서 전시되어 있다.

  사이즈는 우연일까. 

  펜던트도 우연일까.




   벌써 나에 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무장되어 있다. 내 정보는 숫자만이 아니다. 패션 취향, 선호 배색, 자주 애용하는 액세서리까지 파악하고 있다니 놀람의 연속이다. 솔직히 초콜릿색보다 브릭 색상을 더 선호한다.

  어쨌든 모두 내 취향과 일치하니 구입할 수밖에. 시간 절약과 충동구매 방지의 객관성까지 겸비하니 일석이조다. 판매자의 어설픈 속삭임의 거스러미를 제어하고 미안해할 일도 필요치 않다. 얼마나 우아하고 명철한지 신선한 충격에 통증까지 유발한다.

     

   식품 구매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G마켓이나 옥션을 이용하는데, 토마토를 검색했으면 다음에 인터넷 창을 열면 여기저기서 토마토 상품이 반짝인다.  검은콩두유를 자주 구입하니 늘 여러 회사 두유 상품이 깜빡이니 스크롤을 올리는 동안 계속 웃음이 난다. 유혹하는 원색의 볼드체는 더욱 눈을 피로하게 한다. 참 편리한 세상이지만, 반대 급부도 있기 마련이다. 그나마 발품 팔기 보다는 눈이 약간 피로한 게 남는 장사다. 그러나, 나를 속속들이 들킨 것 같은 이 낭패감은 어쩔 것인가. 

    

  알고리즘! ‘신이 곡할 노릇이다.’란 말의 과학적 증명이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서 서성이는가.

  손쉬우니 솔깃하지만, 소름이 끼친다. 

  이 발전한 문화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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