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대신 피켓을 든 의료인들의 집단행동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사직서와 휴학계를 들고 정부를 협박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대신 밥그릇 선서를 한 어느 내과 1년 차 전공의의 말을 빌리면, “중요한 본질은 내 밥그릇을 위한 것이다.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 즉 ‘똥개도 제 밥그릇은 지킨다.’는 말로 스스로 똥개가 되고자 한다. 결국 의대 증원 반대는 수익이 줄어든다는 이유다.
의료인 수가 2000년 3,507명이던 것이 2006년에는 3,058명으로 줄어들었다. 27년간 정원이 묶여있다. 우리나라가 인구는 줄어들어도 소득수준의 향상과 고령화 현상으로 의료 수요는 급속히 늘어난다. 지금 정원을 늘려도 10년 뒤에나 배출된다. 그러나 의사들은 2000년 의약 분업 때 집단의 힘을 자각한 잘못된 인식 탓으로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환자 생명은 절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환자 곁을 떠난 의사는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들다. 개혁 때마다 보이는 이기적인 집단행동은 휴학은 유급으로 사직은 면허 박탈로 처리해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기치를 내걸면, 본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착각이다.
한꺼번에 2천 명 증원은 대학입시 제도가 큰 충격에 휩싸이고,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온다는 반론은 설득력이 없다. 본질은 밥그릇인데, 거창하게 제도와 쏠림을 걱정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다. 의대 쏠림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 수입이 다른 직업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필수 의료 기피는 낮은 수가와 열악한 근무 환경이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쏠림 현상도 다른 과에 비해 비급여가 많이 허용되니 돈벌이가 잘된다는 이유다.
의사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면 의료대란은 해결할 수 있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일한다고 하니,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라는 주장으로 함부로 내던진 사직서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가. 자식 의사 만들려고 월급의 반을 뚝 잘라 사교육을 시켰던 부모들은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계실까.
서울에 피부과가 2,000개 생긴다는 것도 부질없는 생각이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의해 생과몰의 질서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 전공의 스스로 몰의 상대가 될까 두려워 미리 피켓을 들고 밥그릇을 챙기는 남루한 모양새다. 조선조 때는 의료인이 중인이었지만, 지금은 최고의 인텔리 그룹인데도 본질을 덮고 표면적인 증상만 주장하며 스스로 중인이 되고자 하는가. 교육의 질을 걱정하는데, 그건 정부가 걱정할 일이지 전공의가 오지랖 넓힐 일이 아니다.
꼭 공부를 잘해야만 좋은 의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에 분명한 생각이 정립되어야 한다. 특히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환자에게 노소 불문 반말지거리하는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보다 겸손이 입가에 스며있는 사람이 적격이다.
전공의들이여!
환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생명을 담보로 그대들의 집단 이익을 지키려 하는가. 얽히고설켜 더불어 사는 자유경쟁 시대에 그대들만 땅 짚고 헤엄치려 하는가. 자기 본분을 다하면서 주장할 것을 주장하라. 그대들은 정녕 제 밥그릇이나 지키는 똥개가 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