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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Aug 07. 2024

디딤돌과 걸림돌

  

  산책길에는 디딤돌 하나가 참 요긴할 때가 있다. 물웅덩이를 만나면, 신발이 젖을 걱정도 없고 멀리뛰기 실패로 흙탕물이 튈 염려도 없다. 풀숲에서 디딤돌을 만나면, 벌레의 공격에서 자유롭고 마중 나온 이슬에 바지가 젖지 않아서 좋다. 삼각형 길에서는 피타고라스의 정의를 따지기도 전에 디딤돌만 있으면, 재미있는 지름길이 나온다.

  길을 걸을 때 걸림돌이 있다면,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발가락을 다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조심하지 않았으니, 누구에게 끙짜를 놓고 행짜를 부리겠는가. 같은 돌이라도 쓰임새에 따라 그 효용가치가 이렇게 다르다. 우리네 삶 속에서도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디딤돌이 될 수만 있다면, 솔깃한 인생이겠다. 

    

  국민의 힘 당대표 전당대회에서 생뚱맞은 마타도어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분명 당내에 걸림돌이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선을 넘는 공격에도 꿈적하지 않는 당원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요 말귀에 염불하기다. 당심과 민심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 수준은 아주 격조 높고 주관적이었다. 


  문자 ‘읽씹’ 공격을 보면서 문득 걸림돌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문자를 한 번 했을 때 답신이 없으면, 상대방이 참 곤란한 입장이라고 알아채고 멈춰야지 다섯 번이나 하는 것은 민폐다. 수신인은 그 문자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을까. 지난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에서 김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로 인한 무한 공격이 어처구니가 없어 수많은 맷돌이 딸꾹질을 하지 않았던가. “감히 중전마마의 문자를…?” 하면서 조국 혁신당 대표가 낯빛 시커멓게 전의에 불타 마이크 앞에 선다. 만약 답을 했다면, 어떻게 나왔을까. ‘오호라! 건수 하나 잡았구나!’ 하며 국정 농단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었겠지. 


  온 나라가 김 여사 뉴스로 조용한 날이 없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 세월이 시끄러울 때는 조용히 지내는 게 상책이다. 걸고넘어질 다른 가족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초등 일 학년 아들이라도 있다면, 짝꿍에게 아이스께끼 했다는 것을 빌미로 특검을 외칠 텐데…. 

  혼자서 집중포화의 대상이니 자중자애하고 나서지 않는다면, 그 누가 딴지를 걸겠는가. 내조의 정석은 침묵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는 술래가 벽을 보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10음절을 말하고 뒤돌아볼 때 움직이면 잡히는 놀이다. 특히 한 명 남았을 때는 함부로 움직이면 술래에게 바로 잡힌다. 이럴 때는 최소한 움직이지 말고 기지를 발휘해서 술래를 따돌려야 한다. 나서지 않는다고 줄이 없는 거문고도 아니고, 끈 떨어진 뒤웅박 처지도 아니다. 조용한 내조가 영부인을 더 빛나게 한다. 앞으로 삼 년만 조용히 지내주면 만사 불여튼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국민의 힘 당대표 선거가 끝났다. 한동훈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62.84%)로 당선되었다. 당선자는 수락 연설에서 “폭풍을 뚫고 미래로 갑니다.”라고 했다. 보수의 키워드는 ‘변화’다. 


   네거티브에 진심이던 걸림돌도 며칠만 이불 킥하고 뛰쳐나와 벤저민 웨스트 그림「폭풍 속의 리어왕」처럼 저항의 바람이 아닌 협치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라는 기치 아래 모두 힘을 모아 든든한 민주주의의 디딤돌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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