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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Sep 16. 2024

재취업 노마드족


재취업 노마드족(nomad 族) 

    

   백세시대다. 수명은 길어졌으나 오십 후반이면, 은퇴를 강요받는 세상이다. 은퇴자와 사회는 각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들의 인생 이모작이 시작되었다. 역사의 주역에서 물러나는 듯 보이지만, 다가올 초고령사회의 주역이 된다. 이들은 사회와 가족구조의 변화에 따라 어정쩡하게 ‘낀 세대’가 되었다. 다른 말로는 ‘마처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지만, 자녀에게서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이다. 


   필자가 주관하는 모임의 1박 2일 행사에서 KTX가 할인되는 주중으로 기획했더니, 대부분 직장 관계로 주말로 하자고 한다. 모두 퇴직한 줄 알았더니, 제2의 직장을 잡아서 근무하고 있었다. 부모 세대의 장수로 부양 시간이 길어지고, 높은 교육비와 낮은 취업률로 인해 자녀 세대에 드는 비용이 증가한 현상이다. 한 기관의 리더이던 자가 단순 노무직으로 근무에 임하고 있다. ‘왕년의 나’가 통하지 않는다. 눈높이를 확 낮춘 결과다. 집에 캥거루족 곰 한 마리가 살고 있어서다. 

  칠칠찮은 며느리 잡도리하는 시어미 본새로 곰 뒤통수에 잔소리를 끼얹어 본들 갈 곳이 없는 현실을 어쩌겠는가. 가까우면 찔리고 멀면 온기를 못 얻어 얼어 죽는 고슴도치 딜레마에 취약한 한국 부모의 생태를 또 어쩌겠는가. 결국 이 캥거루 대신 은퇴한 본인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씁쓸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보완하려는 재취업 노마드족의 생존 비결은 자격증 준비다. 다음으로 자신의 전문 경력 확보와 인적 네트워크 관리가 우선이다. 하지만, 일자리 제1 조건은 눈높이 낮춤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한다. “라테는 말이야….” 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자녀 결혼 비용과 부모 병원비 조달을 염두에 두고 근로 소득과 금융소득의 유기적 관계 설정도 중요하고 비상시 재정 관리 비교 분석도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백세시대 맞춤으로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퇴직 연령이 빠른 이유는 임금체계가 연공형이어서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높다. 정년 자체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5년 이상 빠르다. 그러다 보니 퇴직 후 재취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인생 2막을 화려하게 시작해서 독서하며 여가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서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가 일하며 보낸다. 평생 일만 하고 살아야 할까. 그건 아니다. 우리는 60세 정년이라는 틀에 얽매이면 안 된다. 이 틀 때문에 60세 넘어 일하면 괜히 오래 일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주위에 눈치도 보인다. 기준을 국내에 두지 말고 서구 국가들의 정년 연령과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기간에 두어야 한다. 이제 은퇴 연령도 100세 시대의 수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고사성어가 ‘국회 개 삼 년이면 탄핵을 외친다.’로 회자하는 요즘이다. 국회에서는 관운장 앞에서 턱수염 과시하듯, 특검과 탄핵을 외치며 치고받고 상스러운 입씨름만 하고 있다. 숱하게 계류 중인 안건 중에도 하루가 급한 민생에 초점을 맞춰서 개진해 주기 바란다. 재취업 노마드족이 전전긍긍 버티려고 애쓰지 않고 유연하게 흔들려야 하기 때문이다. 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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