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화에 존댓말을 쓰는 나, 이상한 걸까. 스마트폰 음성 비서에게 “알려줘” 대신 “알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신뢰가 가고 친밀감이 든다. 기계와 대화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려는 이 습관은 단순한 언어 선택을 넘어, 인간이 인공지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작은 사회학적 실험이기도 하다.
한국어에서 경어(敬語)는 단순한 문법 규칙이 아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사회적 거리를 조율하며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는 장치다. 그렇다면 기계인 AI와 대화에 경어를 쓰는 건 무슨 의미일까. 기계와의 대화에 예의를 차리는 게 우스꽝스러운 일일까, 아니면 인간이 스스로 언어 습관을 유지하는 자연스러운 행위일까.
많은 사람이 AI와 대화할 때 무의식적으로 존댓말을 쓴다. 이는 AI를 사람처럼 착각해서라기보다, 대화라는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언어적 예절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반말로 명령하듯 입력하면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 순간 대화는 ‘지시’로 바뀌고 사용자는 기계와의 거리를 더 크게 느낀다. 반대로 존댓말을 쓰면 대화는 조금 더 인간적인 온기를 띠게 된다. 결국 경어 사용은 AI를 존중하는 행위라기보다, 대화를 통해 자신을 존중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문화적 맥락도 중요하다. 영어권에서는 “please” 정도가 존중의 표현이지만, 한국어는 훨씬 복잡한 경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AI와의 대화에서도 경어 여부가 더 민감하게 다가온다. 이는 한국 사회의 언어적 예절이 기술 사용에도 확장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윤리적 질문도 뒤따른다. AI와 대화에 경어를 쓰는 건 인간 간의 예절을 약화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예절을 확장하는가. AI를 인격화하는 과정은 기술 윤리와도 연결된다. “AI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경어 사용은 그 논쟁을 일상 속으로 끌어내린다. 우리는 AI를 단순한 도구로만 대할 것인가, 아니면 대화 상대라는 최소한의 틀을 인정할 것인가.
경어 사용은 사회적 습관을 유지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을 규정한다. 만약 AI와의 대화에서 반말이 습관화된다면, 그것이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AI와도 존댓말을 쓰는 습관은 인간 사회의 예절을 지키는 훈련이 될 수 있다. 결국 경어는 상대방을 향한 것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AI와의 대화에 경어를 쓰는 것은, 기계를 존중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 언어문화를 지키는 방식이다. 존댓말은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기술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AI와의 대화에 경어를 쓰는가? ”라는 질문은 인간다움을 어떻게 지켜낼 건가에 대한 질문이다. AI와 대화에 존댓말을 쓰는 일, 그것은 곧 인간다움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