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쁜 자석'을 관람하고

더 글라스 맥스웰의 작품 'Our bad magnet'

by 소봉 이숙진

연극 ‘나쁜 자석’을 관람하고


플래시백 기법이다. 스코틀랜드 작가 ‘더 글라스 맥스웰의 ’Our bad magnet' 이 원작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되었으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과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장난꾸러기의 타임캡슐. 사춘기 반항아. 성인이 된 남자의 모습. 시대를 넘나들며 연기하는 네 남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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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남서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 거반(Girvan). 아홉 살 대장 역할을 하는 '프레이저‘와 그를 따르는 ’폴‘, 바보인 척하며 사람을 웃기려는 ’앨런‘. 세 명의 친구는 타임캡슐에 각자의 보물을 숨기는데….

우연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든’은 자기는 이야기를 묻겠다고 한다.

한 번도 웃지 않는 아이, 본인이 웃지 못하는 것도 몰랐다는 고든은 ‘하늘정원’ 이야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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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온통 꽃잎들로 가득한데,

공기는 달콤하고 빨갛고 파랗고 노랗습니다.

온 세상이 꽃잎들로 가득 차

아름답게 물들어 갑니다.

그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립니다.

주위로 꽃잎들이 흩날리고

사람들은 춤을 춥니다.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꽃잎들은 다 떨어지고

이제 아무것도 없습니다.

공기는 더는 달콤하지도 빨갛지도 파랗지도 노랗지도 않습니다.

더는 떨어질 꽃잎들도 없습니다.

꽃잎들은 딱딱한 바닥에서 시들어 버리고

사람들은 엉망이 된 바닥을 바라보며 슬퍼합니다.

이제 하늘정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주 작은 씨앗 하나만, 길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 씨앗은 아마 싹이 나겠죠?

어쩌면 죽어 버릴지도 모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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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이 낭독하는 하늘정원 마지막 씨앗의 비유는 어떤 복선이리라. 프레이저는 자기만 아는 비밀장소인 폐교에 고든을 데리고 가서 둘만의 우정을 키워나간다.

고든은 복화술사인 아빠의 나무 인형 ‘휴고’를 가지고 와서, 휴고가 끔찍이 싫다고 한다. 여기서 고든의 아픔을 품어주는 프레이저와 둘만의 깊은 교감이 이루어진다.

열아홉 살이 된 네 명은 밴드를 결성하여 유명인이 될 꿈을 꾼다. 우울하고 음악적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든을 탈퇴시키려고 상의하자, 앨런이 먼저 고든에게 전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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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행동하던 고든은 폐교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난다.

프레이저는 폐교에 있는 고든을 찾아가지만 설득하지 못한다. 슬픔만 남긴 채 고든을 두고 혼자 나오자, 갑자기 폐교가 폭발한다. 고든의 장례식 이후 친구들은 크게 싸운 후 모두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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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후 고든을 기억하기 위해 친구들이 다시 만났다.

폴은 고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돈을 벌 기회를 만들고, 앨런은 개발 프로젝트로 바쁜 중 기계를 제작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프레이저는 고든을 잊지 못해 여전히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고든의 작품 ‘나쁜 자석’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석은 또 다른 자석을 만나면 서로를 밀어내기만 하는 특성 때문에 사랑할 수도 함께 할 수도 없어 슬펐습니다. 그래서 나쁜 자석이 되어서라도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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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이 자기의 심정을 고백한 것 같은 이야기다. 고든은 나쁜 자석이 되어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프레이저 옆에 있고 싶지 않았을까. 고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속내를 드러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날 기억해 줄래?” 하던 고든의 대사가 귓전을 때린다. 자석을 메타포로 끌어내는 발상이 이채롭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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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는 언쟁을 벌이다 분노한 프레이저가 앨런이 발명한 기계를 걷어차자, 그 순간 기계에서 꽃비가 내린다. 꽃비가 내리면서 다시 들려오는 ‘하늘 정원 이야기’가 아름답고 아련하다.

하늘정원에 마지막 남았던 작은 씨앗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네 명의 친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이며 또 어떻게 기억될까.

누군가에겐 아픔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추억일 것이다.

극을 관람 후 오래도록 곱씹고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 작품은 처음이다. 하지만, 극이 주는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성이 극본의 탄탄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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