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신의식 사진작가 작품>
와플 만드는 여자
동굴에 갇힌 지 예닐곱 달. 가끔 달콤한 디저트가 간절하지만, 단지 안에 있는 빵집 가기도 성가시다. 긴 장마와 폭염 속의 홈웨어는 끈 나시와 핫팬츠라, 복장을 재정비해야 하고 마스크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 시간이면 와플 한 판 뚝딱 만들겠다는 계산 아래 장바구니에 베이킹파우더와 와플파이믹스를 담았다. 게을러서 애들도 안 만들어주던 걸 엄두를 내다니, 동굴 생활이 사람의 습관도 바꿔놓는다.
와플을 구워서 설탕 파우더를 뿌리거나 잼을 발라 먹을려니, 모든 다이어터들의 눈총이 쏠리는 것 같다. 동창 단톡방에 가면 나는 요즘 확실히 살쪄서 확찐자 되었다는 둥, 나는 요즘 좀 살이 찐 것 같아 좀찐자 되었다는 둥 농담이 풍성하다. 그런 농담도 지나칠수 없다. 버터를 많이 넣어야 풍미가 좋은데, 요즘 TV 채널마다 불포화지방산이니 항산화 식품이니 콜라겐이니 유산균이니 하는 소리가 요란하니 부쩍 망설여진다. 아는 게 병이라고 이것저것 따지자니 맛있게 만들 수가 없다. 사실 풍미란, 음식물을 먹을 때 입과 코로 감지되는 좋은 느낌이 아닌가. 이 고상한 맛을 마음껏 즐길 수 없다니, 이 또한 슬픈 세대임엔 틀림이 없다. 보릿고개 세대에겐 아주 죄송한 말이지만 .
할 수 없이 그냥 와플만 구워서 우유 한 잔만 곁들인다. 그래도 금방 구워서 고소하고 쫀득하고 먹을 만하다. 반죽이 남아서 한 판 더 구웠으나 이웃을 초대할 수도 없고 옆집 현관 문고리에 걸어두기도 실례일 것 같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아깝게 냉동실에 집어넣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