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작은 목소리의 높고 큰 울림
정희성 시인은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변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두 번째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 실린 이 시는 필자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시 창작 시간에 정희성 선생님으로부터 강의를 들으며 접하게 되었다. 그때 뵙던 선생님의 모습은 아주 검소하고 겸손하셨다.
갈수록 요즘 시들이 너무 장황스럽고 수다스러워 읽고 싶은 마음이 없다가 이 시의 맛깔스러움에 반했던 거라 브런치 독자에게도 소개한다.
이 시는 이 시대 밑바닥에서 곤궁한 삶을 꾸려가는 계층의 삶을 노래한 시다.
신경림 평자는 정희성 시인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열 편 쓸 것을 한편으로 압축하고 열 마디 할 소리를 한마디로 줄인다는 자세, 이것이 그가 시를 쓰는 기본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정희성 시인의 태도는 사뭇 고전적이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