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필요한 현대인들의 종교, 브랜드
"바로 여기, 멋진 말들로 가득해 보이는 이 목표 속에 한 조각의 진실이 숨어 있다. 위워크는 바로 사람들의 자기만족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다. 사실 책상 몇 개와 프렌치 프레스 커피 포트만 있으면 누구나 공유 오피스를 열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 파는 것은 혁명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것의 일부가 된 듯한 고양감이다. 위워크는 오늘날 새롭게 부상하는 긱 경제의 신화를 파는 것이다."
The Walrus, 「Why It’s so Hard to Actually Work in Shared Offices」
http://ppss.kr/archives/16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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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글에 입사하면서 가장 문화충격을 받고 또 가장 만족했던 것 중 하나는 위워크에서 일을 한다는 점이었다. 위워크는 뭔가 힙한 느낌, 내가 더 잘하고 있다는 느낌, 정말 "Do What I Love"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일종의 큰 고양감이었고 엄청난 '뽕'이자 자극이었다.
위워크를 그렇게 덕질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스터디에서도 나는 케이스로 위워크를 조사하고 발표했다. 친구나 가족들과 근처에서 만날 일이 있으면 위워크로 꼭 초대해 구경하게 하기도 했다. 뭐랄까 위워크는 "우리는 스타트업이지만 정말 잘 나가요!!" 하는 효과도 주었던 것 같다. 대기업 직원이 기업 이름으로 소개하고 인정받으며 살 수 있는 것처럼 위워크의 이름과 효과로 인해 이름 없는 스타트업의 직원이 으쓱으쓱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이런저런 사건과 일 년 여의 경험으로 인해 위워크에 대한 덕심은 이제 없지만, 이렇게 좀 식은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니 더욱 명확하게 느껴지는 것. 이것은 새로운 종교다. 위워크는, 위워크의 브랜드 메시지와 브랜딩 방식은 정말이지 새로운 종교다. (구) 종교를 대신해 사람들이 찾는 이상향과 삶의 의미를 깔끔하고 예쁜, 뭔가 가슴이 두근두근한 말들로 넣어주면서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고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이것은 종교다.
위워크 말고도 '브랜드가 탄탄하다'라고 느껴지는 곳들은 대부분 이렇게 종교로서 기능한다. "종교로서 기능한다"는 말은 삶에 의미와 가치를 주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설명하게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 (예시. 아디다스: "Impossible is Nothing!") 사람들은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고르고 그 브랜드의 가치를 따른다. 멋진 신세계의 명확한 종교적 활동이다.
신학과 출신의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이렇게 얘기했다. 오늘날의 교회가 힘을 잃어가는 건 대체 종교가 이렇게나 매력적이고 이렇게나 많은 세상에서 교회가 그만큼의 종교적 매력 (가치 부여하기! 길 가르쳐주기!)을 주지 못하기 때문 아니겠냐고. 디자인이랄지 슬로건이랄지, 가치체계랄지 하는 점들이 경쟁 불가할 정도로 뒤쳐졌던 건 오래된 일이고.
브랜드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이렇게 얘기한다. 브랜드가 종교가 되고 인생의 가치가 되어주는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 순종적인, 자발적 노예이지는 않을까. 우리가 그 브랜드에 1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나. 브랜드의 영향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닌가.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바꾸고 에어 팟과 아이맥 프로를 구입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건 또 다른 광신의 삶이 아닌가. 또한 이런 '자발적인' 노예의 삶은 오늘날의 사회 구조를 공고하게 하는 세련되고 정적이며 아주 효과적인 방식인 것 아닐까.
재미있는 위워크 경험담을 만나서 갑자기 써본 개인적인 위워크 후기이자 브랜드 세계에 대한 소회.